총부리 겨누고 쇠사슬까지…美 구금사태, '역대 최대' 배상 판결 나오나?
총부리 겨누고 쇠사슬까지…美 구금사태, '역대 최대' 배상 판결 나오나?
美 이민 전문 변호사 "테네시 판례보다 심각"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2일 귀국한 뒤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헬리콥터가 하늘을 뒤덮고, 장갑차가 공장으로 돌진했다. 총부리가 노동자들을 향했고, 손에는 수갑이, 허리와 발에는 쇠사슬이 채워졌다. 이들은 '죄수 호송차'라는 글씨가 선명한 버스에 짐짝처럼 실렸다.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현실이다.
이 비인간적인 구금 사태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승소 확률 또한 매우 높다는 변호사의 분석이 나왔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이민 관련 피해 보상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배상 판결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길 확률 매우 높다"…근거는 테네시 판례
박동규 이민 전문 미국 변호사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형사 책임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민사 소송은 충분히 가능하고 승산도 매우 높다"고 단언했다. 그가 이토록 자신하는 이유는 이번 조지아 사태와 놀랍도록 닮은 승소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2019년 판결이 나온 '젤라야 대 해머' 소송이다. 2018년, 미 국토안보부와 경찰은 테네시주의 한 육류 가공 공장을 급습해 남미계 노동자 97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법원이 발급한 영장의 목적은 고용주의 서류 압수수색이었을 뿐, 노동자 체포는 명시되지 않았다.
당시 무장 요원들은 라틴계로 보이는 모든 이를 강압적으로 체포했고, 변호사나 가족과의 연락도 차단했다. 위생 시설과 필수 의약품 접근마저 거부당한 채 7일간 구금됐다.
소송 결과는 어땠을까. 4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이민국의 패배를 선언했다. 법원은 약 100명의 노동자들에게 총 117만 5천 달러(약 16억)를 지급하라는 역사적인 합의안을 승인했다. 특히 과도한 폭력을 겪은 6명에게는 47만 5천 달러(약 6억 5천만 원)의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명령했다.
"조지아 사태가 훨씬 심각"…역대 최대 배상액 나올 수도
박 변호사는 "이번 우리 노동자들의 구금 사태가 테네시 사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근거는 차고 넘친다.
명백한 거짓말
수사 책임자는 "ESTA(전자여행허가제)로는 절대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는 명백히 틀린 정보다. 국토안보부 장관 역시 "체포된 전원이 추방 명령을 받은 불체자"라고 했으나, 이들 대부분은 재판 기록조차 없는 이들이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과잉 진압
헬리콥터, 장갑차, 총부리는 물론, 허리와 발에 쇠사슬을 채우고 '죄수 호송차'에 태운 행위는 이들을 범죄자로 전제한 비인권적 처사다.
무차별적 체포
수색 영장에 명시된 대상은 4명이었지만, 현장에서는 475명이 체포됐다.
최악의 구금 환경
이들이 수용된 민간 구금시설 'GEO'는 미국 내에서도 최악의 평점을 받은 곳으로, 한 방에 80명을 몰아넣고 화장실은 4~5개뿐인 열악한 환경이었다.
인종차별적 조롱
박 변호사는 일부 노동자들이 눈을 찢는 행위나 "거미가 있는 물을 마시면 스파이더맨이 된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조롱을 당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행위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박 변호사는 "미국 수정헌법 4조(부당한 체포·구금 금지), 5조(적법절차의 원리), 14조(법 앞의 평등)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모든 사람'을 주어로 명시하고 있다"며 "ESTA, 방문 비자 등 신분에 상관없이 한국인 노동자들은 명백히 헌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테네시 판례와 다른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피해 노동자들은 1인당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약 1,370만 원~4,100만 원)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배상액은 이민 관련 소송 사상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임신부나 지병이 있던 노동자, 인종차별적 조롱을 당한 이들은 징벌적 배상 제도를 통해 더 큰 금액의 배상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