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샀는데 결제가 안 됐다? "돈 굳었다" 좋아할 일 아닙니다
물건을 샀는데 결제가 안 됐다? "돈 굳었다" 좋아할 일 아닙니다
결제 누락된 사실 알고도 연락 두절한 괘씸한 손님
결제 안 된 것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사기죄' 성립
소액이라 '소송' 어려워도, '사기죄 고소' 추천하는 이유

물건을 사고서 결제가 안 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나 몰라라 한 손님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옷 가게에서 일하는 A씨는 얼마 전 구두 한 켤레를 팔았다가 며칠째 속을 썩이고 있다. 손님이 준 카드로 결제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고 상품을 건넸는데, 마감할 때 보니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랴부랴 손님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손님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다른 사람 카드라 당장 확인이 어렵다"는 말로 시간을 끌더니 이젠 연락 자체를 피하고 있다.
"가게를 다시 방문하기 힘들다면 계좌이체라도 해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역시 답이 없다. 참다 참다 전화했더니 "나중에 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어지기 전에는 얼핏 욕설 섞인 말까지 들은 것 같다.
끝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는 괘씸한 이 손님에게 A씨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변호사들은 "먼저 사기죄로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례 변호사는 "그 손님은 공짜로 신발을 가져간 것이니 신발값만큼 '거스름돈'을 더 가져간 것과 동일하다.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우리 대법원은 "원래 받아야 할 거스름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을 때 돌려주지 않으면 사기죄"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하는 양측은 상대방이 실수로 돈(혹은 상품)을 건넸을 때, 그걸 알게 된 즉시 상대방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상대방이 제대로 알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A씨에게 신발을 사간 손님이 카드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손님은 그 사실을 A씨에게 알릴 의무가 생긴다는 취지다.
변호사들이 형사 고소를 먼저 추천하는 건, 손님에게 형사 책임이 인정될 경우 A씨가 민사적으로도 구제받을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은 어떤 사람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그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도 짊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손님이 '사기죄'로 처벌받을 경우, 손님의 '불법행위'가 자동으로 성립한다. 변호사들이 "유죄로 선고된 사기죄 판결문을 토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간단하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더 쉬운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변호사도 있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물품 금액이 소액이라면 민사소송을 진행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손님에게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전달한다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