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수영장 배수구에 5세 아이가 빨려 들어갔다… 참변 속 법원이 바로잡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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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수영장 배수구에 5세 아이가 빨려 들어갔다… 참변 속 법원이 바로잡은 것

2026. 08. 10 11:5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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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2명이 당겨도 안 빠진 아이 팔

법원 "예견 가능한 위험" 업주 책임 인정

'군 복무 18개월' 빼던 대법 판례, 항소심 제동

카페 야외 수영장 배수구에 팔이 끼어 숨진 5세 남아 사건에서 업주의 손해배상 책임과 군 복무 기간 일실수입이 인정됐다. /셔터스톡

가족들과의 즐거운 주말 나들이는 한순간에 참혹한 비극으로 바뀌었다. 수심 85cm의 카페 야외 수영장. 물놀이를 하던 5살 남자아이는 배수구에 팔이 끼어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단순한 안전사고로 끝날 뻔했던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수영장 업주의 무책임을 꾸짖은 것은 물론, 수십 년간 굳어져 있던 남자아이의 일실수입(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수입) 산정 시 '군 복무 기간 제외'라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헌법의 평등 원칙을 바로 세웠기 때문이다.


법정에서는 어떤 치열한 공방이 오갔으며, 재판부는 어떤 일침을 가했을까. 로톡뉴스가 해당 사건의 1·2심 판결문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성인 2명이 당겨도 빠지지 않은 팔


사건은 지난 2021년 9월 12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발생했다. 해당 카페는 메뉴 중 '수영장 세트'를 예약한 고객들에게 식음료와 함께 야외 수영장(수심 85cm, 바닥면적 21㎡)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업하고 있었다.


당일 가족 및 지인들과 방문해 물놀이를 하던 5세(만 5세 3개월) 피해자 A군은 오후 1시 30분경, 수영장 바닥 배수구 덮개를 열었다가 그 안으로 손이 끼어 들어가는 참변을 당했다.


당시 배수구의 수압은 성인 2명이 있는 힘을 다해 당겨도 A군의 팔을 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결국 조절 밸브를 잠근 후에야 간신히 아이를 빼낼 수 있었고, A군은 다음 날 오전 병원에서 '익수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안타깝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예상 못 했다"는 업주… 법원 "영유아 사고, 이례적이지 않아"


재판 과정에서 카페 업주인 피고인 측은 "영유아가 뚜껑을 열고 손을 넣는 것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관할 관청에 수영장업 신고를 하지 않은 소규모 업종이므로, 체육시설법상 부여되는 각종 안전조치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지용)의 판단은 단호했다.


> "수영장 내 배수구에서 영유아 신체 일부가 끼는 사고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보호장비를 구비하거나 응급구조사 등을 배치할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었다."


재판부는 가족 단위 고객을 받는 수영장에서 영유아의 돌발 행동과 배수구 끼임 사고는 충분히 대비했어야 할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영장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업자가 합법적인 업자보다 더 적은 안전 의무를 지는 것은 "법률을 위반한 자를 오히려 보호하게 되는 결과"라며 피고 주장을 일축했다.


다만, 부모 역시 아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호할 의무를 온전히 다하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재판부가 주목한 5세 남자아이의 18개월… "군 복무로 인한 차별은 위헌"


이 사건의 중요한 법적 쟁점은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등장했다. A군은 대한민국 국적의 남자아이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2000년)에 따르면, 아직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남성이 불법행위로 사망할 경우 미래의 수입을 계산할 때 병역 복무 기간(현재 기준 18개월)은 아예 수입을 얻지 못하는 기간으로 보아 배상액에서 제외해 왔다.


1심 역시 이 판례를 따라 18개월을 가동 기간에서 빼고 배상액을 산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헌법을 직접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에 묵직한 일침을 날렸다.


> "병역복무기간을 가동기간에서 제외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식은, 병역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를 야기하면서 동시에 병역의무가 없는 사람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재판부는 헌법 제11조(평등의 원칙)와 제39조 제2항(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불이익 처우 금지)을 명시하며,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장차 군대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아이의 배상액을 깎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명확히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시대가 변했음을 짚었다. 과거와 달리 현재 병사들의 봉급이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대폭 인상되었고,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군대를 다녀온 후 사고를 당한 사람은 인상된 봉급 혜택을 다 누리는데, 군대를 가기도 전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아이에게는 그 기간의 수입을 0원으로 치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2심 재판부는 A군의 군 복무 기간 18개월 동안에도 당시 병사 봉급 기준에 따른 수입(총 보수 약 1,708만 원)이 발생했을 것으로 인정하고 일실수입 산정에 이를 포함시켰다.


그 결과 1심에서 인용된 약 1억 7,000만 원의 배상액은 2심에서 약 1억 8,447만 원으로 상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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