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못하겠다" 하는데⋯스피츠 물어 죽인 로트와일러, 안락사 강제 가능할까?
주인은 "못하겠다" 하는데⋯스피츠 물어 죽인 로트와일러, 안락사 강제 가능할까?
"안락사시켜야 한다" 로트와일러 사건 이후 누리꾼 주장 나와
이번 사건이 5번째지만⋯로트와일러 견주는 "안락사 못 시킨다"
공격성이 높다는 이유로⋯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안락사,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소형견인 스피츠를 물어 죽인 맹견 로트와일러. 이 개가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BS 캡처
"내가 죽더라도 개는 안락사 못 시키겠어요."
소형견인 스피츠를 물어 죽인 맹견 로트와일러. 이 개가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과 그 피해 대상이 사람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터넷상에는 "충분히 아이도 공격할 수 있다", "유기견 안락사는 허용하면서, 이런 경우는 왜 안 되냐" 등의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로트와일러 주인 A씨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30일, SBS와 가진 인터뷰에서 A씨는 "안락사 못 시킨다"고 밝혔다.
같은 패턴의 사고가 이번이 5번째라고 알려진 해당 로트와일러. 이를 이유로 주인의 의사에 반해 실제 안락사를 시킬 수 있을까.
확인 결과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사람을 물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우리 법은 범죄에 사용된 물건을 몰수하거나 폐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타인의 물건(소형견)에 해를 입힌 물건(로트와일러)을 안락사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필요한 요건이 하나 있다. 주인 A씨에 대한 형사 처벌이다. 우리 법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주된 형벌'이 있어야 몰수를 할 수 있다. 형사 처벌 없이 몰수만 단독으로 명령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이번 사안의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나온 바로는 해당 로트와일러 주인 A씨의 형사처벌이 가능성이 작다. 그렇다면 '주된 형벌'이 없는 셈이고, 따라서 몰수가 불가능하다.
A씨에게 적용 할 수 있는 혐의는 '재물손괴(형법 366조)'인데, 이는 고의성이 인정돼야만 처벌 할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실수로 대문이 열리는 바람에 개가 뛰어나갔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에 따르면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은 작다.
더불어 혐의가 인정돼 견주가 처벌이 된다고 해도 몰수 여부는 법관의 재량에 달려 있고, 법상 물건으로 볼지라도 생명이 있는 로트와일러를 다른 물건과 똑같이 몰수하거나 폐기(안락사)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다만, 로트와일러를 견주와 법적으로 격리하는 조치는 가능하다. 이때는 군수와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13조의2(맹견의 관리)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맹견이 사람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는 경우 소유자 등의 동의 없이 맹견을 격리 조치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로트와일러를 말리다가 스피츠 견주까지 다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서울 은평구. 따라서 견주의 동의 없이 로트와일러를 '격리 조치'라도 하려면 최소한 '은평구청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시ㆍ도지사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맹견이 사람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유자등의 동의 없이 맹견에 대하여 격리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해서다.
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라 지자체의 재량으로 남겨둔 조항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은 이 문제에 개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개의 공격성을 평가해, 행동 교정과 안락사 명령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적용되기 전의 정책인 데다, 지금으로선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공격성을 평가할 것인지도 정해진 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