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1500만 원 국가배상 인정된 법리적 이유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1500만 원 국가배상 인정된 법리적 이유는?
법무부 항소 포기로 판결 확정
성폭력 정황 무시한 수사기관의 부작위 위법성 인정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장면 /연합뉴스
2022년 발생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무부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국가는 수사 미흡에 따른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게 됐다. 법무부는 2026년 3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의심 정황에도 단순 살인미수 기소…초동수사 미흡 논란
사건은 2022년 부산에서 한 남성이 귀가하던 피해자를 뒤쫓아가 무차별 폭행한 뒤,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CCTV 사각지대로 옮겨 성폭력을 시도하고 도주하며 발생했다.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으나, 가해자는 불특정 여성을 기절시켜 성폭행할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초기 대응이었다. 사건 직후 경찰은 피해자의 청바지 등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의심 정황에 대한 정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 또한 성폭력 관련 죄명을 배제한 채 단순 살인미수 혐의만을 적용하여 가해자를 1심 재판에 넘겼다.
항소심 보완수사로 드러난 DNA…강간살인미수 징역 20년 선고
수사기관의 과실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2심 단계에서 실시된 보완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청바지 등에서 가해자의 DNA가 뒤늦게 확보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공소사실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으로 변경하였으며, 부산고등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부산고등법원 2023. 6. 12. 선고 2022노497 판결).
피해자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이러한 증거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범죄의 실체가 제때 규명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주요 증거품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직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사 기본원칙 준수 의무 강조…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적용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법적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다.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다.
판례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조사가 수사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행해져 경험칙과 논리칙상 합리성을 상실할 정도로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경우 위법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
이번 사건 역시 성폭력 정황이 존재했음에도 DNA 검사 등 필수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부작위에 의한 위법행위로 판단되었다.
이는 과거 수사기관이 타살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지속했던 '개구리소년 사건'에서 국가배상 책임이 부정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1. 9. 선고 2005가합69514 판결)와 대조된다.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이 명백한 의심 정황을 간과하고 핵심 증거 확보를 해태했을 때 국가가 그 책임을 부담해야 함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