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이 당장 나가라는데…동거인 퇴거 요구, 안 나가면 불법인가요?
헤어진 연인이 당장 나가라는데…동거인 퇴거 요구, 안 나가면 불법인가요?
변호사들 "적법한 동거인, 퇴거불응죄 성립 어려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2024년 3월부터 연인과 전셋집에서 동거해왔다. 전세보증금과 대출 이자는 상대방이 냈지만, A씨도 전입신고를 하고 관리비와 공과금을 꼬박꼬박 냈다. 그러나 최근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와 함께 즉시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1~2달 안에 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상대방은 막무가내다. 당장 갈 곳도 없고, 산더미 같은 짐을 옮길 시간도 필요한데, 상대방은 대화조차 거부하며 나가라고 압박한다. A씨는 동거인의 권리조차 없는 건지, 정해진 기간 안에 나가지 못하면 범죄자로 몰리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변호사들 "적법한 거주자, 퇴거불응죄 성립 가능성 매우 낮아"
변호사들은 A씨가 즉각적인 퇴거불응죄나 강제퇴거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형법상 퇴거불응죄(제319조 제2항)는 정당한 이유 없이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성립하는데, A씨의 경우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전입신고가 되어있고 관리비와 공과금을 납부하며 실제 거주한 점을 고려할 때, 단순 무단점유가 아닌 적법한 거주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 역시 "퇴거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으므로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변호사들은 A씨가 요구하는 1~2개월의 퇴거 준비 기간이 '합리적인 기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문의 이창주 변호사는 "1~2개월 내로 퇴거할 계획이라면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강제퇴거'는 소송 통해야…일방적 요구는 불법
상대방이 A씨를 강제로 내쫓을 수 있을까. 이 또한 불가능하다. 강제퇴거는 법원의 정식 판결(명도소송)을 통해서만 집행할 수 있다. 세대주라고 해서 동거인의 짐을 함부로 빼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는 행위는 오히려 주거침입 등 다른 형사 문제로 심화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상대방이 민사상 명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 절차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된다"며 "의뢰인이 1~2달 내 퇴거 의사가 있다면 강제퇴거 전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감정싸움은 금물…"내용증명으로 퇴거 계획 명확히 해야"
변호사들은 감정적인 대응 대신 법적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법률사무소 유의 박성현 변호사는 "향후 분쟁 방지를 위해 문자나 이메일로 퇴거 일정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내용증명'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심규덕 변호사는 "새로운 거주지 물색과 이사 준비를 위한 합리적인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 구체적인 퇴거 희망 일정을 내용증명 등 문서로 명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는 퇴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준비 기간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동거 기간 동안 관리비·공과금 등을 납부한 내역을 증거로 확보해두는 것도 만약의 분쟁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변호사들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