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안 되지만 '체험 시설'은 된다?… 내장산에 들어서는 꼼수 파크골프장
'골프장'은 안 되지만 '체험 시설'은 된다?… 내장산에 들어서는 꼼수 파크골프장
자연공원법상 골프장 금지
정읍시 '체험 시설' 명칭으로 심의 통과
전문가 "법 개정 없는 명백한 절차 위반"

단풍이 물들어가는 내장산 모습. /연합뉴스
"국립공원에는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다"는 명확한 법적 금지에도 불구하고, 내장산 국립공원에 축구장 6개 면적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 전국 24개 국립공원 중 파크골프장 건설이 허가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법망 피한 이름표 갈아끼우기… 골프장이 '체험 시설'로 둔갑
현행 자연공원법 시행령 제2조는 국립공원 내 골프장, 골프 연습장, 스키장의 설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14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따르면, 전북 정읍시는 약 12~1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내장산 국립공원 제4주차장 부지에 대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읍시는 당초 2025년 사업계획서에 해당 사업을 '파크골프장 조성'이라고 명시했으나, 기후부(환경부) 국립공원 위원회에 제출한 신청서에는 이를 '체육 시설(파크골프 체험 시설)'로 바꿔 심의를 통과했다.
해당 방송 인터뷰에서 정읍시 관계자는 "개념은 똑같은데 명칭만 법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골프장처럼 대회를 하는 용도가 아니라, 관광객이 예약제로 체험할 수 있게끔 운영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단풍철인 두 달 동안은 주차장으로, 나머지 10개월은 골프장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은 다르다"… 기후부의 유권해석
심의를 통과시킨 기후부 측은 비수기에 방치되는 주차장을 체육 시설로 중복 활용하는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이 성격이 다르다 보니, 법상으로 명시적으로 제어한 시설이 아니라서 자연공원법 위반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기후부는 첫 사례인 만큼 우선 3년 동안 시범 운영을 한 뒤 정식 허가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이 먼저다"… 전문가가 짚은 절차 위반
하지만 전문가와 환경 단체의 비판은 거세다. 국립공원은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가치가 가장 높은 최상위 보호 구역이므로,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조우 상지대 조경산림학과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립공원 위원회는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들을 다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심의가 엄격하다"며 "32홀이라는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만들려면 공원 시설 유형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순서인데, 이 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범 운영' 명목으로 파헤쳐질 자연
이번 허가가 전국 국립공원의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크골프 열풍 속에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의 단골 공약이 된 상황에서, 기후부 역시 다른 국립공원의 유사한 시도에 대해 "중복 활용을 한다면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훼손되는 국립공원의 자연은 결국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적·행정적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