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로 번지는 ‘초상권 침해’ 논란⋯손해배상은 ‘글쎄’
리얼돌로 번지는 ‘초상권 침해’ 논란⋯손해배상은 ‘글쎄’
초상권 침해 위자료, ‘소액’ 만 인정되는 경향

대법원의 리얼돌 합법화 판결 이후 초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셔터스톡
일상 속에서 초상권의 침해는 빈번히 일어납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진에 찍히고, 또 검색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 초상권 침해의 파급력과 지속성은 커져만 가는데, 배상이나 처벌이 뒤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리얼돌(여성의 신체를 본뜬 실리콘 성 기구)을 둘러싸고도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린 직후 국내 일부 업체에서 ‘주문자가 원하는 지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는 리얼돌이 초상권의 침해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자신의 모습이 동의 없이 리얼돌로 제작돼 성행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자신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비판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초상권이란 자신의 모습이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뜻합니다. 헌법에 초상권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헌법 10조 ‘행복추구권’과 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근거하는 인격권의 일종으로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제3자가 봐도 사진이나 영상의 인물이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정도라면 초상권의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얼굴이 아닌 신체의 일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리얼돌을 포함한 위 사례들은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 자체는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민법, 형법 등 초상권을 보호하는 실정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성희롱, 재산상의 피해 등과 결부될 경우를 제외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초상권 침해 소송이 민사상으로 다뤄지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피해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 한 유의미한 배상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종합 법무법인의 박준성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다소 소액만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를 명확히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업적 목적으로 장기간 사용한 경우 외엔 산정이 어렵습니다.
더욱이 연예인이나 공인일 경우에는 위자료 액수가 높지만 일반인들의 초상권은 상대적으로 판례상 가치가 낮습니다. 대개 500만원 미만입니다. 성형외과에서 당사자 허락 없이 전후 사진을 게시한 사건에 대해서는 50만원의 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소송 실익을 따졌을 때 이익이 없다 판단되면 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위자료와 상관없는 게시 중지 가처분 신청조차 법원이 판결하기까지 통상 3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지금의 현실적인 대응은 SNS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사진이나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