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샤워…그 대가는 벌금 200만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샤워…그 대가는 벌금 200만원
관리자에게 거짓말해 빈집 침입한 뒤 욕조서 샤워
주거침입 및 절도죄 적용⋯벌금 200만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샤워하고 나온 A씨. 그러다 집에서 현행범으로 딱 걸리고 말았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주거침입과 절도. 훔쳐 나온 물건은 없었는데 왜 절도죄가 적용됐을까. 대체 A씨가 훔친 것은 무엇일까? /셔터스톡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내 집에 몰래 들어와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면 어떨까? 이 황당한 일이 지난해 서울 한복판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해 1월, 오후 5시쯤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을 찾아간 A씨. 관리자에게 "내가 여기 사는 사람의 친구다"라고 거짓 주장을 했다. 그렇게 관리자를 속인 뒤 차고지로 들어갔고, 그곳과 연결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A씨가 들어간 곳은 다름 아닌 욕실이었다. 마치 자기 집처럼 욕조에 온수 300L(리터)를 받아 샤워를 했다. 일반 가정용 욕조의 용량이 약 200~250L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꽉 채우고도 남을 물의 양이었다. 뒤늦게 돌아온 집주인 B씨는 자신의 집 안에 있는 A씨를 발견하곤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주거침입' 그리고 '절도'였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죄가 적용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절도 혐의가 적용된 건 왜일까. 이는 A씨가 피해자의 집에서 샤워했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물'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이선말 판사는 A씨에게 적용된 주거침입과 절도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특히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 소유인 수돗물을 사용하여 절취하였다"라고 판결문에 썼다.
이어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 B씨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피고인 A씨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A씨 측은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심신상실'(心神喪失)이 인정되면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아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형법 제10조 제1항).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심신상실까진 아니었다"며 유죄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