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 앗아간 지역주택조합…법원 "계약금 전액 돌려줘라"
'내 집 마련의 꿈' 앗아간 지역주택조합…법원 "계약금 전액 돌려줘라"
여수 D지역주택조합 사업 2년 만에 좌초
법원 "추진위는 명백한 계약 당사자, 반환 책임져야"
업무대행사 책임은 기각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사업이 좌초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서민들에게 법원이 계약금 전액 반환 판결을 내렸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수천만 원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것은 철거된 모델하우스와 멈춰버린 사업 소식뿐이었다. 사업 실패가 명백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던 조합원들이 법원의 판결로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게 됐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장두영 판사는 조합원 A씨 등 3명이 D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 E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추진위원회는 원고들에게 총 9,900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모델하우스까지 철거"… 2년 만에 물거품 된 꿈
여수의 한 아파트를 짓겠다며 시작된 D지역주택조합 사업. A씨 등 3명은 2022년,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희망으로 각각 2,900만 원에서 4,000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추진위는 2021년 3월 야심 차게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조합설립인가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목표했던 341세대 중 모인 조합원은 고작 35명. 심지어 사업에 필수적인 토지 소유권은 단 1필지도 확보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추진위는 조합원 모집을 위해 지었던 모델하우스와 사무실마저 철거하며 사실상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A씨 등은 2023년 1월, 사업이 불가능해졌다며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추진위 "우린 허수아비" vs 법원 "계약서에 도장 찍지 않았나"
법정에서 추진위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우리는 이름만 빌려준 허수아비일 뿐, 실제 사업 주체는 업무대행사 E사"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 자신들은 법인으로서의 실체도 없으니 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시행 주체로 추진위원회가 명백히 기재돼 있고, 대표자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해온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실체가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추진위의 '꼬리 자르기'식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합원 모집 실적, 토지 확보 현황, 모델하우스 철거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할 때 사업은 사회 통념상 이행이 불가능한 상태(이행불능)에 이르렀다"며 "따라서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고, 추진위는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계약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업무대행사는 왜 빠져나갔나? "계약 당사자 아니다"
반면, 원고들이 함께 소송을 제기한 업무대행사 E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법원은 E사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계약서상 E사는 '조합업무용역사'로만 표기돼 있을 뿐, 계약의 주체는 원고들과 추진위원회"라고 명확히 했다. 원고들이 예비적으로 주장한 '사기(기망)에 의한 불법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본질적으로 변수가 많아 사업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E사가 계약 당시부터 사업을 중단할 의도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위험성과 함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업무대행사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