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일삼은 가해학생..."어리다"는 이유로 학폭위 처분 감경?
괴롭힘 일삼은 가해학생..."어리다"는 이유로 학폭위 처분 감경?
'친하게 지내자'는 말에 화해·반성 반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초등학교 자녀가 반복적인 학교폭력에 시달린 A씨. 최근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결과를 받아들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학폭위는 가해학생의 행동이 총점 9점으로 '제4호 조치(사회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초등 저학년이라 선도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단계 낮은 '제3호 조치(교내봉사)'로 감경했다. 심의 직전 가해학생 측의 형식적인 화해 시도가 '반성'과 '화해' 정도 평가에 중복으로 유리하게 반영된 정황도 발견됐다.
A씨는 더 무거운 조치를 요구하며 행정심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불복했다가 오히려 더 가벼운 처분이 나올 수도 있다는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사실일까?
"어리다"는 이유로 감경된 학폭위 처분
A씨 자녀는 같은 반 학생에게 반복적으로 폭력과 괴롭힘을 당했다. A씨의 신고로 열린 학폭위는 가해학생에게 제1호(서면사과), 제2호(접촉금지), 제3호(교내봉사 6시간) 및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내렸다.
학폭위가 매긴 총점은 9점이었다. 심각성 1점, 지속성 2점, 고의성 2점, 반성정도 3점(낮음), 화해정도 1점(높음)을 더한 값이다.
이 점수대로라면 '제4호(사회봉사)' 조치가 내려져야 했다. 하지만 학폭위는 '초등 저학년'이라는 나이만을 들어 '선도가능성'이 있다며 처분을 한 단계 낮췄다.
A씨는 '화해정도'가 1점(높음)으로 평가된 근거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심의 이틀 전 가해학생이 '친하게 지내자'고 말한 것과, 심의 하루 전 가해학생 부모가 학교를 통해 화해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내용은 '반성정도'를 평가하는 데도 똑같이 사용됐다. A씨가 심의 당일 "이전에는 화해 시도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진술한 내용은 회의록에 담겼지만, 결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불복했다가 처벌 더 가벼워질까?
A씨가 우려하는 '하방 위험'은 이론적으로 존재한다.
변호사들은 행정심판위원회가 내리는 '재결' 자체와, 재결 이후 원처분청이 다시 심의하는 '재심의'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신결 신태길 변호사는 "행정심판위원회는 원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재결을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재결청이 취소재결에 그친 뒤 원처분청이 재심의하는 경우, 그 재심의 단계에는 행정심판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을 수 있어 이론상 더 가벼운 조치나 조치없음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행정심판위원회가 '원처분(제3호)을 취소하고 제4호로 변경한다'는 '변경재결'을 내리면 문제가 없지만, '원처분을 취소한다'는 '취소재결'만 내리면 공은 다시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간다. 이때 재심의 과정에서 결과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도 "재심의 과정에서 가해학생 측이 새로운 방어 논리를 펴거나, 심의위원들이 사안을 다시 보아 점수를 낮게 산정할 경우 처분이 낮아지거나 심지어 '조치없음'이 나올 위험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재량권 남용 다툴 실익 있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A씨의 사안이 행정심판을 통해 충분히 다퉈볼 실익이 있다고 봤다. 학폭위의 점수 산정과 감경 과정에 법적 하자가 명백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9점이라는 점수 체계상 제4호에 해당함에도 저학년이라는 사유만으로 감경한 점, 단일한 사실(화해 시도)을 반성과 화해라는 별개 항목에 중복 산입한 점은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할 강력한 논거가 된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 역시 "반성정도와 화해정도의 평가대상 및 평가자료가 구별되지 않았다"며 "'친하게 지내자'는 발언과 보호자의 메시지가 폭력행위 인정·사과·재발 방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고 봤다.
변호사 전병욱 법률사무소의 전병욱 변호사는 "승부처는 중복 반영보다 화해정도 항목 자체"라며 "기준은 양측 사이의 화해 정도를 보게 되어 있는데, 심의 직전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면 요소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