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없는 농가만 노렸다…포도 500kg 훔쳐간 도둑들, 잡히면 징역 10년까지
CCTV 없는 농가만 노렸다…포도 500kg 훔쳐간 도둑들, 잡히면 징역 10년까지
단순 서리 아닌 특수절도죄 적용

경북 청도의 한 포도밭. 수확을 며칠 앞두고 500kg의 포도가 사라졌다. 이미지는 본문과 무관한 포도 모습. /셔터스톡
1년 농사를 망친 포도밭 전문 절도범들, 단순한 과일 서리가 아닌 중범죄로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수확기 농심을 울리는 전문 농작물 절도 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예상보다 훨씬 무겁다.
수확을 불과 며칠 앞둔 경북 청도의 한 포도밭. 일정한 간격으로 열렸어야 할 포도송이 사이가 휑하다. 누군가 상품성이 가장 좋은 최상품 포도만 골라 싹둑 잘라갔다. 유난했던 폭우와 폭염을 견디며 키워낸 농민 손재헌 씨의 1년 땀방울이 하룻밤 새 사라진 것이다.
대구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손 씨는 "환장하겠다. 딱 수확 시기에 맞춰 익은 것만 다 따간 걸 보니 이건 전문가 솜씨"라며 망연자실했다. 도둑맞은 양은 어림잡아 500kg, 시가 400만 원에 달한다. 인근 마을에서도 4주 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CCTV가 없는 소규모 농가만 노려 범인 추적은 답보 상태다.
농민의 피눈물, 단순 서리 아닌 '특수절도죄'
과거 농작물을 훔치는 행위를 가볍게 서리라 부르기도 했지만, 법의 잣대는 엄격하다. 농작물 절도는 타인의 재물을 훔친 행위로, 형법상 절도죄(형법 제329조)가 적용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손 씨의 사례처럼 범행 수법이 전문적이고 여러 명이 가담한 정황이 있다면 처벌은 훨씬 무거워진다. 우리 형법은 2명 이상이 합동해 절도 범죄를 저지를 경우 '특수절도죄'(형법 제331조)를 적용한다. 이는 단순 절도보다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범인들이 상습적인 농작물 절도범이라면 형량은 더욱 높아진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절도죄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면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 판례 보니···상습 농작물 절도범 실형 면치 못해
법원 역시 조직적·상습적 농작물 절도에 대해 엄벌을 내리는 추세다.
과거 제주지방법원은 여러 명이 합동해 농작물을 훔친 특수절도범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2022노594 판결). 또한 전남 함평 일대 비닐하우스 등을 돌며 22차례에 걸쳐 5천만 원 상당의 농작물을 훔친 상습 절도범에게 광주지방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하기도 했다(2014고합409 판결).
서울고등법원 역시 상습절도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등(2022노2413 판결), 법원은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범죄를 무겁게 다루고 있다.
경찰은 수확기 농가를 대상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이동형 CCTV를 대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