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사건] 쇠파이프에 망치까지 들고⋯아버지 제삿날에 맞춰 형을 찾아간 동생
[그날, 그 사건] 쇠파이프에 망치까지 들고⋯아버지 제삿날에 맞춰 형을 찾아간 동생
아버지 기일에 형 죽이려고 한 동생⋯쇠파이프에 부엌칼, 망치와 로프까지 챙겨
아버지 유산 둘러싼 분쟁⋯1심 "재범의 위험성 엿보인다" 했지만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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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와 부엌칼 등으로 중무장하고 형을 찾아간 동생. 그날은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그날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忌日)이었다. 동생 A씨는 형 B씨의 아파트로 찾아갔다. 함께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쇠파이프와 부엌칼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정확히 한 달 전 문자로 "아버지 제삿날에 갈 테니, 마음 정리하고 있어라"고 예고한 대로였다. A씨의 가방엔 망치와 로프, 번개탄도 가득했다. B씨를 살해한 뒤 A씨 자신도 세상을 떠날 계획이었다. 실제로 그는 유언장까지 써둔 뒤였다. 여기에도 형 B씨를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호X 새〇가 사는 집을 알아냈다", "집안을 말아먹은 새〇를 죽이러 간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렇게 지난해 4월 대낮, B씨 집 현관문이 부서질 정도로 '쾅! 쾅!' 울려댔다.
A씨가 길이 110cm짜리 쇠파이프로 현관문과 도어락을 내려치는 소리였다. 묵직한 굉음이 10차례 정도 더 이어졌다. 그래도 B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A씨는 발로 현관문을 몇 번이고 걷어찼다. 격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까지 질렀다.
"문 열어라!"
"너는 인간으로 태어나면 안 되는 놈이다!"
"어떻게 엄마 입에서 배신이라는 말이 나오고 돌아가시게 만들었냐!"
끝까지 문을 열리지 않은 덕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A씨는 곧장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살인예비, 특수주거침입,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어째서 자신의 친형을 살해하려 했을까. 판결문에 적시된 주요 계기는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싼 분쟁이었다. A씨 진술에 따르면 형 B씨는 아버지 명의로 장학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았다. 그러나 B씨는 장학 재단을 설립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B씨를 원망하며 숨을 거뒀다고 한다.
게다가 A씨는 장남인 B씨가 아버지의 제사조차 챙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날 범행을 결심한 이유였다.
재판 결과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세 혐의(살인예비⋅특수주거침입⋅특수재물손괴)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위험한 물건을 들고 B씨 집 현관문 앞 등 주거지를 침입했으며(②), 수리비 수십만원이 나오도록 현관문 등을 손괴(損壞⋅망가뜨림)했다고(③) 판단했다.
살인 '예비' 혐의(①) 역시 유죄였다. 예비란 어떤 범죄를 저지르기 전, 준비만 한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형법은 범행이 예비 단계에서 그친 경우 원칙적으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인죄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예비만 한 경우에도 처벌하고 있다.
박 판사는 "범행으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 간 분쟁에서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있고, 평소 피해자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는 점에서 재범의 위험성마저 엿보인다"고 판시했다. 실제 A씨는 앞서 누나를 협박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과도 있었다.
다만 ▲대체로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원래 앓아오던 정신 장애가 범행에 어느 정도 원인이 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