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별 통보에 살인…무기징역→징역 25년 감형 근거는 "망설인 정황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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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별 통보에 살인…무기징역→징역 25년 감형 근거는 "망설인 정황 있어 보인다"

2021. 04. 29 16:24 작성2021. 05. 06 16:50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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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함께 근무했던 가해자와 피해자

피해자가 '이별 통보'하자 자살 및 살인 계획 세우고⋯실제로 범행

1심은 무기징역 선고했지만⋯2심⋅대법원에서 징역 25년형 확정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해자를 집요하게 괴롭힌 A씨. 이에 피해자는 주변에 SOS 신호를 보냈었지만, 결국 살해당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같이 죽고 피해자를 데리고 가겠다. 그 날짜는 16일."


미리 일기장에 써둔 대로였다. 이날 A씨는 계획했던 대로 전 애인을 흉기로 찔러 죽였다. 재결합을 거절했다는 게 살해한 이유였다. 전형적인 교제 살인이었다.


A씨는 피해자가 몇 시에 출근해 몇 시에 퇴근하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피해자와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함께 근무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곳을 범행 장소로 택했다. 범행 당일. 피해자가 출근했을 때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던 건 흉기를 든 A씨였다. 여기서도 피해자가 재결합을 거부하자, A씨는 피해자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안전 이별' 상담하고,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했지만 살해당했다

피해자 B씨는 생전에 '나를 지켜달라'는 SOS 신호를 주변에 보냈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결국 범행 현장에서 즉사했다. 변호사를 찾아 '안전 이별'에 관해 상담했지만, 안전하게 이별하지 못했다. 살해당하기 직전에 A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에 신변 보호도 요청한 상태였지만 끝내 A씨에게 살해 당했다.


B씨는 그렇게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협박에 시달렸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A씨에 의해.


"내가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당신을 따라다닐 거요."

"15일까지 답변이 오지 않으면, 내가 죽는 날은 16일날로 하겠다."

"당신에게 자살 일정까지 알렸는데 당신이 모른 체했다면 자살교사, 방조에 적용될 거요"


실제 A씨는 '내가 매일 쓰는 유서'로 스스로 이름 붙인 일기장에 자신의 자살 및 살인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범행 사흘 전엔 "죽을 결심을 했고 같이 죽고 B씨를 데리고 가겠다"라고 적었고, 범행 이틀 전엔 "자살한다. 편의상 자살이지 B씨를 데려갈 거다"라고 적었다. 범행 하루 전에도 "나한테 악하게 해서 죽인다. 나도 죽는다"라고 적으며 자살 및 살인 계획을 확정했다.


살인을 저지른 A씨가 자신의 일기장에 적은 내용. 판결문 속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살인을 저지른 A씨가 자신의 일기장에 적은 내용. 판결문 속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피해자 B씨는 A씨의 자살 계획은 알았어도, 자신을 죽일 '살인 계획'까지는 알지 못했다. A씨가 이 일기장 일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B씨에게 보내긴 했지만, 여기엔 그 부분은 빠져있었다. A씨는 그저 자신이 B씨를 얼마나 사랑했고, 언제 다퉜고, 누구를 질투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보여주며 재결합을 끈질기게 요구했었다.


1심은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25년으로 감형⋯이유는 망설인 정황 때문?

B씨를 살해한 뒤 일기장 내용대로 A씨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감형 주장을 펼쳤다. 음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범행 후 한치의 비틀거림도 없이 태연히 걸어 나갔다.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손주철 부장판사)는 이 같은 사정을 바탕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범행 수법 등을 보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일기장에서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음이 기록상 명백하다"며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며 책임 회피를 시도하고 있다"고 꾸짖은 뒤 다음과 같이 양형 사유를 밝혔다.


"연인을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한 나머지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연인을 살해하는 범죄가 너무나 자주 발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참담한 현실 등을 고려했다."


해당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해당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하지만 2심에서는 형량이 무기징역에서 징역 25년형으로 대폭 깎였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도 A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형량을 깎아줬다.


사건 당시 A씨가 피해자를 '곧바로' 죽이지 않았다는 게 이유 중 하나였다. 피해자 B씨는 A씨가 휴게실에 있는 걸 보고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3번째 들어갔을 때 A씨에 의해 사망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A씨)이 살해에 대한 확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피해자가 자신의 재교제 요구를 받아주면 살해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한편에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살인을 망설였다는 정황이 있었다는 것이 감형의 근거가 된 것이다.


그 외 ▲피고인이 사회 부적응을 겪으며 분노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만 65세의 고령으로 장기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해도,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와 복역 기간에 현저한 차이가 날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 점 ▲사기 등 재산범죄로 실형을 3번 선고받았지만,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점 등을 A씨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라고 봤다.


1심은 A씨에게 형 종료 이후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지만, 2심은 이것 역시 기각했다. "피고인이 형의 집행을 종료하면 만 90세에 이르므로 이런 고령의 피고인이 재차 살인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2심 판결은 지난 3월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대법원은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한 A씨 측과 "형이 너무 가볍다"고 한 검사 측의 상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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