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서류에 '당근온도' 요구한 회사...과태료 500만 원짜리 위법입니다
입사 서류에 '당근온도' 요구한 회사...과태료 500만 원짜리 위법입니다
당근 거래 내역이 필수 서류?
구직자 황당 사연에 공분
채용절차법·개인정보법 위반 소지 다분

한 중소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당근마켓 매너온도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채용절차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취업 준비생 A씨는 최근 한 중소기업의 채용 공고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회사가 요구한 필수 제출 서류 목록에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 활동 내역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A씨는 자신의 당근마켓 거래 내역과 매너 온도가 담긴 화면을 캡처해 제출했다. 결과는 '서류 탈락'이었다. A씨는 "내 당근 계정이 정지 상태였는데, 회사가 폰 번호로 더치트(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까지 조회해 보고 떨어뜨린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사연은 지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네티즌들은 "도대체 중고거래 내역을 왜 보내라는 거냐", "이래도 되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기업이 지원자의 중고거래 내역과 매너 온도를 요구하는 행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는 걸까.
"너 어디 사니? 돈은 어떻게 쓰니?"... 명백한 사생활 침해
법조계는 해당 기업의 요구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위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채용절차법 제4조의 3은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필요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은 물론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등이 포함된다.
한 법률 전문가는 "당근마켓 거래 내역에는 구직자의 거주 지역, 소비 패턴, 경제적 상황, 취향 등 지극히 사적인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는 직무 수행 능력과 하등 관계없는 정보로, 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회사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당근온도 낮으면 탈락?...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기업이 '당근온도(매너온도)'를 채용 기준으로 삼는 것 또한 논란 소지가 크다.
당근온도는 중고 거래 과정에서의 매너를 나타내는 지표일 뿐, 업무 역량이나 성실성을 대변하는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 없다. 당근마켓을 이용하지 않는 지원자나, 억울하게 계정이 정지된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법원은 채용 과정에서 직무 능력과 무관한 신원조회 결과를 이유로 합격을 취소한 사례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구지법 2020가합207066).
'더치트' 조회 의혹... 동의 없었다면 범죄
A씨가 제기한 '더치트 무단 조회'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A씨는 "내 폰 번호로 더치트 조회를 했는데 기록이 있어서 떨어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만약 회사가 지원자의 동의 없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이용해 사기 이력 등을 조회했다면, 이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위반이다.
법률 전문가는 "타인의 신용 정보를 동의 없이 조회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피해를 입은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법률 전문가는 "구직자는 고용노동부에 채용절차법 위반 사실을 신고하거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개인정보 침해 신고를 할 수 있다"며 "해당 기업은 즉시 이러한 관행을 중단하고 수집된 정보를 파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