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인된 인원 603명, 총 금액 14억⋯필리핀에서 호화 성매매를 즐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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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확인된 인원 603명, 총 금액 14억⋯필리핀에서 호화 성매매를 즐긴 사람들

2020. 07. 15 15:22 작성2020. 07. 15 16: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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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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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지만⋯대규모 해외 성매매 장부가 검찰 공소장에 들어있었다

2015년 재판 받은 공범에 이어⋯또 다른 공범 올해 성매매알선 혐의로 재판 받아

창원지검이 확보한 필리핀 성매매 장부에 적힌 누적 수익은 14억원을 가뿐히 넘었다. 15개월간 영업해서 얻은 수익이었다. 한 달에 1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린 셈이다. /그래픽 편집=이지현 디자이너

A씨에겐 필리핀 세부가 황금의 도시였다. 약 1년간 그가 공범들과 벌어들인 금액만 총 14억 2999만원. 모두 해외 성매매 알선, 일명 '황제 관광’으로 받은 금액이었다.


이런 A씨가 붙잡혀 재판을 받은 지난 5월. 창원지법에선 A씨를 통해 필리핀에서 성매매를 일삼은 한국인 남성 603명이 확인됐다. 오고 간 돈의 액수로 미루어볼 때 실제 성매매를 한 사람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도 예약금을 입금한 사람만 세서 603명이라고 공개했다.


벌어들인 수익만큼 성매수남들이 성매매를 위해 낸 금액도 어마어마했다. 한 번에 4950만원을 지불한 사람도 있었는데, 이 사람이 몇 명분의 성매매 대금을 냈는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로톡뉴스가 확인한 검찰 공소장을 분석해보면, 한 팀당 236만원씩 내고 성매매 예약을 했다.


창원지검이 A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첨부한 '필리핀 성매매' 장부. /이지현 디자이너
창원지검이 A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첨부한 '필리핀 성매매' 장부. /이지현 디자이너


계좌가 확인된 인원(600여명)으로나, 한 번에 입금된 성매매 대금(약 5000만원)으로나, 총액(약 14억)으로나, 모두 역대 최악의 성매매 사건으로 불릴만한 사건이다.


1번~603번으로 정리된 남성들⋯그 옆엔 성매수 금액 나란히

1번부터 603번의 번호로 정리된 사람들. 그 옆에는 성매매 날짜와 예약금 입금일, 예약금, 그리고 총금액이 정리돼있다. A씨가 재판에 넘겨지며 성매매 장부가 세상에 드러났다.


모션그래픽으로 정리한 필리핀 성매매 입금 내역. /이지현 디자이너
모션그래픽으로 정리한 필리핀 성매매 입금 내역. /이지현 디자이너

A씨의 범행은 지난 2014년 시작됐다. 인터넷에 필리핀 여행과 관련한 카페를 개설하고 게시판에 '24시간 애인 서비스', '필리핀 황제 관광'과 같은 제목의 광고 글을 대놓고 올렸다. 그의 카페 게시판에는 '먼저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 글이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사진과 함께 인증 글을 올린 경우도 다반사. 후기를 본 사람들은 A씨에게 '황제 관광’을 예약했고 이는 약 15개월 동안 계속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뭉칫돈이 은행 계좌로 들어왔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1.3명이 입금했다. 수요자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액수들도 많이 있다. 보통 3박 5일의 패키지 상품으로 진행됐는데 1000만원 이상을 입금한 사람만 8명이고, 500만~1000만원을 입금한 사람도 34명이나 됐다.


2014년 11월 18일에 입금한 그의 한 고객은 495만원을 입금했다. 전체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예약금만 그 만큼이었다. 최종적으로는 4950만원을 성매수를 목적으로 하는 '황제 관광' 비용으로 지불했다.


역대급 성매매 알선범⋯1심의 결정은 집행유예 "건전한 직장에 취업할 예정이다"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는 A씨의 재판은 지난 5월 22일 창원지법에서 열렸다. 형사4단독 안좌진 판사가 재판을 맡았다.


안 판사는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범행 기간이 상당히 장기간이라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 5월 열린 재판에서 성매매알선 혐의를 받는 A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지난 5월 열린 재판에서 성매매알선 혐의를 받는 A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필리핀에서 체포된 다음 3년 7개월간 구금 생활을 했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 줄 덧붙였다. "건전한 직장에 취업할 예정이어서 재범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요구한 1억 50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금 추징에 대해서도 그 절반만 범죄수익금으로 인정했다. 추징금 7500만원은 입금액의 5.3%에 불과했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이랬다.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사람들을 고용했고, 그들에게 준 월급은 범죄수익금에서 제외했다. 또한, 성매매를 목적으로 건넨 돈이라 할지라도 그 기간 실제 현지 관광도 이뤄졌다며 해당 금액도 범죄수익금에서 뺐다.


추가로 A씨가 필리핀에서 붙잡힐 당시 돈을 압수당한 부분도 감안해줬다.


확인된 금액은 약 14억⋯하지만 추징 금액은 왜 이렇게 낮을까

법원도 나름의 이유를 들어 범죄수익금을 추징했지만, 검찰 역시 약 14억 중 약 10%정도인 1억 5000만원만 추징금으로 청구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앞서 법원 판결을 받은 공범에게서 찾을 수 있다. A씨의 핵심 공범은 그의 사촌 형이었던 B씨다.


B씨는 1심에서 당시 확인된 범죄수익 전액 5억 4429만원을 추징받았지만, 이 추징금은 2심에서 400만원으로 크게 깎였다. 2심을 맡은 부산지법 제3형사부가 입금받은 돈을 B씨가 혼자 다 가진 게 아닌데 그걸 B씨에게 모두 토해내라고 하는 건 가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의 재판부와 비슷한 논리였다.


이에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무리해서 추징금을 청구했다가 대폭 깎인 5년 전 사례(B씨)를 참조해서, 이번(A씨)에는 안전하게 추징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반절로 깎였다.


검찰은 당초 A씨에게서 1억 5000만원의 범죄 수익금을 추징해달라고 했지만 반절만 인정됐다.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검찰은 당초 A씨에게서 1억 5000만원의 범죄 수익금을 추징해달라고 했지만 반절만 인정됐다.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경찰이었던 공범⋯먼저 귀국해 '딱 두 달' 구치소에

A씨와 달리 5년 전 이미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B씨.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귀국해서 국내에서 재판을 받았다. 경험에서 나온 일종의 '감'이었을까. B씨는 전직 경찰이었다.


그리고 B씨의 자진 귀국은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필리핀에 남은 사촌 동생 A씨는 현지에서 붙잡혀 3년 넘게 필리핀 구치소에서 재판도 못 받고 갇혀있을 동안, B씨는 한국에서 딱 두 달 정도만 구치소 생활을 했다.


그리고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 한 번도 구금되지 않았다.


이후 2심에서도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그가 빼앗긴 추징금도 최종적으로 400만원이었다. 1년여간 14억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전직 경찰 B씨에겐 '구치소에서의 두 달'간의 생활과 '추징금 400만원'이 죗값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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