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맞았어" 울먹이는 아이 목소리 들린다면? 대답하지 말고 일단 끊으세요
"엄마, 나 맞았어" 울먹이는 아이 목소리 들린다면? 대답하지 말고 일단 끊으세요
"다녀오겠습니다" 3초면 목소리 복제
SNS 영상 노린 신종 피싱 기승
"일단 끊고 확인하라"

AI로 자녀 목소리를 합성해 부모를 협박하는 ‘딥보이스 피싱’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엄마, 아저씨가 나 때렸어... 무서워."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분명 아들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상대방은 "아이가 내 아이패드를 발로 차 망가뜨렸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아들의 목소리에 A씨는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이는 AI 기술로 합성한 가짜 목소리였다.
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딥보이스(Deep Voice)' 피싱 범죄의 실태와 대응 방안이 다뤄졌다.
"설마 내 새끼 목소리를 모를까"... 부모 심리 파고든 AI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과거 어눌한 말투의 검사 사칭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자녀 목소리를 정교하게 위조해 부모를 협박하는 '납치 빙자형'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범죄의 핵심은 목소리 복제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는 "범인들은 SNS나 유튜브, 틱톡 등에 부모들이 올린 자녀의 짧은 영상에서 목소리를 추출한다"며 "심지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는 몇 초짜리 음성만 있어도 딥러닝 기술로 톤과 억양을 복제해 원하는 문장을 합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인들은 거액 대신 50만 원 안팎의 소액을 요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송 변호사는 "금액이 크면 의심하거나 은행 이체 한도에 걸릴 수 있지만, 50만 원은 부모가 당장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설마 50만 원 때문에 납치극을 벌이겠어?'라는 심리를 이용해 의심을 거두게 만드는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아이 연락 두절되는 시간 노린다
범행 시간대도 철저히 계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송 변호사는 "범인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수업 중이라 전화를 받기 힘든 오후 4시에서 저녁 8시 사이를 집중 공략한다"고 밝혔다.
부모가 확인 전화를 걸어도 아이가 받지 못하면 공포심은 극대화된다. 심지어 아이들을 속여 정보를 빼내기도 한다.
송 변호사는 "학교 앞이나 온라인에서 가짜 캠페인을 열어 부모 연락처를 적어내게 하거나, 미션 수행을 명목으로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꺼두게 유도한 뒤 그 틈을 타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걸기도 한다"고 전했다.
법조계 "단순 사기 아냐... 공갈죄 및 정서적 아동학대 해당 가능성"
이러한 범죄는 법적으로 단순 사기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질 수 있다.
송 변호사는 "거짓말로 돈을 받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만, '돈을 안 보내면 아이를 해치겠다', '이미 때렸다'는 식으로 공포심을 조성했다면 협박죄나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갈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아이 목소리를 조작해 학대 상황을 연출한 점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소지도 제기됐다.
송 변호사는 "직접적인 신체 학대는 없었더라도, 아이 음성을 무단 변조해 학대당하는 것처럼 꾸며 부모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는 정서적 학대나 아동에 대한 인격권 침해로 문제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끊고 확인하라"... 강압적 대출 피해는 구제 길 열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응법은 단호하다. 송 변호사는 "첫 번째 원칙은 무조건 전화를 끊는 것"이라며 "범인들은 쉴 새 없이 말을 걸어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므로, 일단 끊고 자녀에게 확인 전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SK텔레콤의 '에이닷', KT의 '후후', LG유플러스의 '익시오' 등 통신사별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범죄 조직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 이겨 억지로 대출을 받아 송금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송 변호사는 "민법 제110조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공포 상태에서 대출 계약을 맺었다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갚을 의무가 없음을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 발생 직후 금융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송 변호사는 "단순 항의 전화로 끝내지 말고, '내 의사가 아닌 범죄에 의한 것이니 무효를 주장한다'는 내용을 내용증명으로 보내야 추후 소송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