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 절도범이라니”…초등생 얼굴 붙인 업주, 법정행 유력
“800원 절도범이라니”…초등생 얼굴 붙인 업주, 법정행 유력
"800원 절도범" 초등생 누명 씌운 사장
사진 공개에 아들이 입은 '일주일간의 상처'

점포에 붙어있던 사진 / 연합뉴스
정상적으로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값을 계좌 이체했지만, 무인점포에 얼굴 사진이 '절도범'으로 공개된 초등학생 A군의 부모가 결국 업주 C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업주 C씨는 "신중하게 일 처리를 못 했다"며 사과했지만, A군의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도 같은 피해를 볼까 봐 고소했다"고 밝혀, 이번 사건은 무인점포 운영의 법적 책임을 묻는 중대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800원 계좌이체에도 '절도범 낙인'... 사건의 전말
초등학생 A군은 지난달 11일, 인천시 서구의 한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른 뒤 가게에 적힌 계좌로 800원을 정확히 송금했다. 송금 시 '받는 분에게 표기란'에 자신의 이름과 상품명까지 적어 결제를 완료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같은 가게를 다시 찾은 A군은 자신의 얼굴과 옆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캡처 사진 2장이 점포 안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진 아래에는 "상기인이 본인이거나 상기인을 아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업주 C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은 약 1주일 동안 점포에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어머니 B씨는 이 사실을 알고 C씨에게 연락했고, C씨는 "다른 학생에게서 절도 연락을 받고 CCTV를 확인했으나 결제 장면이 없어 계산을 안 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B씨의 연락을 받은 다음 날에야 계좌 내역을 확인하고 사진을 제거한 C씨는 "어른으로서 신중하게 일 처리를 못 해 아쉽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무인점포 CCTV 사진 공개, 명예훼손죄 성립하나?
B씨가 C씨를 고소한 명예훼손 혐의의 핵심 쟁점은 C씨의 사진 게시 행위가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다. 법조계 분석에 따르면, C씨의 행위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1. '공연성' 충족: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
C씨가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무인점포 내부에 A군의 사진을 게시한 것은 명백히 공연성이 인정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2. '허위사실 적시': 정상 결제 고객을 절도범으로
A군은 실제 계좌이체를 통해 정상적으로 결제를 마쳤으므로, C씨가 A군을 절도범으로 암시한 것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2항)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높다.
3. '명예훼손 결과': 초등학생이 입은 사회적 평가 저하
A군이 '절도범'으로 오인되어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으므로, 명예훼손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C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C씨는 절도범을 찾으려다가 오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 조사는 C씨가 A군을 모함하려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는지, 혹은 계좌 확인 없이 성급하게 행동한 것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형사처벌을 넘어 민사 소송까지: 피할 수 없는 책임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와 별개로, C씨의 행위는 A군의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인 초상권을 가지며, C씨가 A군의 동의 없이 사진을 게시한 것은 명백한 침해다.
A군 측은 형사 고소 외에 초상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법원은 C씨의 경솔한 행동으로 초등학생이 입은 상처의 정도, 사진 게시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주 C씨, 예상 형량은?
-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 오인으로 인한 점, 즉시 사진을 제거하고 사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벌금형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 유사 판례(무인점포 절도 오인 CCTV 게시)에서 벌금 30만원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 유리한 정상: 절도범을 찾기 위한 동기, 즉각적인 사진 제거 및 사과, 초범인 점 등이 C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피해자와의 합의: 만약 C씨가 A군 측과 원만히 합의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소유예 또는 선고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사건은 무인점포 업주들이 절도범을 잡으려다가 자칫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C씨를 곧 소환하여 사진을 게시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