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41)] 소송에서 어떤 청구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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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41)] 소송에서 어떤 청구를 해야 하나?

2023. 01. 16 11:34 작성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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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종류

법원에 하는 일정한 내용의 판결의 신청을 소(訴)라고 하고, 소를 법원에 내는 행위를 '소제기'라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선달이 허생원이 생산하는 정수기 1천 대를 주문하여 3개월 뒤에 물건을 받고는 정수기 대금 10억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럴 때 허생원이 김선달에게서 정수기 대금을 받으려고 소송을 하려면 법원에 김선달더러 허생원에게 1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신청하고, 계약을 해제하고 정수기를 돌려받으려면 김선달더러 정수기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신청할 것이다. 맹진사 소유 가옥에 세 들어 사는 이춘풍이 임대차 기간이 끝났음에도 나가지 않고 버티면 맹진사는 이춘풍더러 맹진사에게 그 가옥을 인도하라는 판결을 해 달라고 신청할 것이다.


이처럼 법원에 하는 일정한 내용의 판결의 신청을 소(訴)라고 하고, 소를 법원에 내는 행위를 '소제기'라고 한다. 허생원이 김선달을 상대로, 맹진사가 이춘풍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 먼저 적극적으로 소송을 시작하는 허생원과 맹진사를 원고(原告)라 하고, 원고의 소송 상대방이 된 김선달과 이춘풍을 피고(被告)라 한다(형사소송의 '피고인'과 혼동하면 안 된다).


위에서 든 예처럼 허생원과 맹진사가 법원에 신청하는 것은 피고더러 금전을 지급하라든가 물건을 인도하라는 등 무엇을 이행하라는 판결이므로 이러한 내용의 소를 이행(履行)의 소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행에는 권리자가 청구할 수 있는 온갖 내용이 포함된다. 금전 지급과 물건 인도뿐만 아니라 등기의 이전, 노무의 제공, 의사표시, 어떤 행위를 하지 말 것(부작위) 등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춘풍이 맹진사 집의 소유자가 자기라고 주장하여 둘 사이에 소유권 다툼이 생긴 사건에서 맹진사는 이춘풍에게 무엇을 이행하라고 청구할 만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에는 이행의 소는 적당하지 않고, 맹진사가 이춘풍을 상대로 문제의 가옥이 원고의 소유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해 달라고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허생원이 김추월의 주막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는데도 김추월이 술값 갚으라고 못살게 구는 경우에도 김추월에게 무엇을 이행하라고 청구할 것이 마땅치 않다. 이때 허생원은 피고에게 줄 술값 채무가 없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해달라는 소를 제기하면 된다. 법원이 그런 판결을 해주면 그로써 권리나 법률관계의 존재 또는 부존재를 확인하여 당사자 사이의 법적 불안을 해소하게 된다. 이러한 소를 확인(確認)의 소라고 한다.


이처럼 기존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판결을 구하는 경우와는 달리, 법률관계를 새로이 발생, 변경, 소멸시키는 판결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부부인 이춘풍과 김추월이 이춘풍의 바람기 때문에 이혼을 할 경우, 두 사람 사이에서 협의가 안 되면 김추월이 이춘풍을 상대로 이혼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 소의 내용은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라'가 아니라 이 판결로써 '이혼한다'는 판결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혼판결을 받은 이춘풍과 김추월은 그 판결로써 바로 이혼이 된다.


또한 주주총회의 소집과 결의 절차에 흠결이 있을 때에 그 회사의 주주는 회사를 피고로 하여 소로써 주주총회 결의의 취소를 구할 수 있다. 이것도 주주가 신청한 것은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판결이다. 취소판결을 받으면 회사가 취소라는 행위를 할 필요 없이 판결로써 바로 취소가 된다. 이처럼 법률관계를 직접 변동시키는 내용의 판결을 신청하는 소를 형성(形成)의 소라고 한다.


법률관계를 변동시키는 경우에 언제나 이 형성의 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성의 소는 '판결로 법률관계를 변동'시키도록 법률이 개별적으로 규정을 둔 경우에 한해서 제기할 수 있다. 앞에서 예를 든 재판상이혼과 주주총회 결의 취소 등이 그러하다. 이와 달리 제한능력자의 의사표시나 사기, 강박,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는 법원에 취소나 해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필요 없이 상대방에 대하여 취소나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


상대방과의 다툼을 법원에 갖고 갈 때에는 그 다툼의 해결에 알맞은 종류와 내용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잘못된 소를 제기했다가는 승소할 수 있는 사건에서 패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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