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잡으려다 성범죄자 된 아내..."증거 잡으려다 찍었는데" 호소에도 벌금 300만원
불륜 잡으려다 성범죄자 된 아내..."증거 잡으려다 찍었는데" 호소에도 벌금 300만원
10년 뒷바라지한 의사 남편의 배신
법원 "목적 정당해도 나체 촬영은 불법"

외도를 입증하려 사진을 찍은 아내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았다. 불륜 소송은 이겼지만 주거침입·협박 혐의까지 인정됐다. /'JTBC 사건반장' 유튜브 캡처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아내 A씨는 대학생이던 남편이 의대에 진학해 인턴을 마칠 때까지 외벌이로 생계를 책임지며 헌신했다. 하지만 의사가 된 남편에게 돌아온 것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으니 이혼해 달라"는 잔인한 통보였다.
억울함에 치를 떨던 A씨는 남편과 상간녀의 불륜 현장을 덮쳤다. 그 결과 상간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A씨는 하루아침에 성범죄자가 되어 경찰서에서 머그샷을 찍어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불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뀐 이 기막힌 사건의 법적 쟁점을 뜯어봤다.
불륜 증거 찍었을 뿐인데, 왜 성범죄인가
JTBC '사건반장' 방송에 따르면, A씨의 발목을 잡은 건 펜션 수영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었다. A씨는 펜션 발코니에서 옷을 벗은 채 스킨십을 하는 남편과 상간녀를 발견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이를 촬영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판단했다.
많은 이들이 "불륜 잡으려는 목적이었는데 이게 왜 성범죄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냉정했다. 핵심은 성적 수치심과 동의 여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촬영 대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지 여부는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번 사건에서 A씨는 3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촬영했고 오직 소송 증거로만 사용했지만, 법원은 "상간녀의 나체 상태 등과 엉덩이를 몰래 촬영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봤다. 아무리 불륜 증거 수집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어도, 타인의 나체를 동의 없이 찍는 수단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주거침입과 협박, 억울해도 '유죄'인 이유
A씨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상간녀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 "네 부모님 거주지를 안다", "직장에 알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협박죄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입장에선 분통 터질 일이지만, 법적 논리로는 빠져나가기 힘들다. 법원은 아파트 계단이나 주차장 같은 공용 공간도 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이 보호되는 공간으로 본다. 거주자인 상간녀가 원치 않는 방문이었으므로 주거침입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협박죄 역시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협박은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의 고지를 뜻한다. "부모나 직장에 알리겠다"는 말은 상간녀 입장에서 사회적 명예 실추라는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므로 협박죄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증거는 어떻게 모아야 하나
그렇다면 배우자의 외도를 보고도 눈을 감아야 할까? 아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증거 수집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조언한다. 핵심은 성관계 자체를 찍는 게 아니라 부정행위 정황을 잡는 것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식당이나 거리 등 공개된 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장면을 찍는 것이다. 이때 얼굴이 식별되도록 찍되, 특정 신체 부위만 부각해서는 안 된다.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이나 숙박업소 결제 영수증, 통화 목록 등 간접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또한 내가 대화에 참여한 상태에서의 녹음은 합법이다. 반면, 위치추적기를 몰래 달거나 잠긴 핸드폰을 푸는 행위, 숙박업소를 급습해 나체를 촬영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한 가정을 파탄 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 다만, 그 단죄 과정이 또 다른 비극을 낳지 않으려면, 분노를 증거로 바꿀 때 더욱 냉철한 준법 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