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 지키는 '차용증'의 효력…공증 안 받는다면?
빌려준 돈 지키는 '차용증'의 효력…공증 안 받는다면?
차용증 작성 시 소멸시효 중단 효과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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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후 받은 차용증 한 장. 과연 이 종이 한 장으로 내 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차용증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
법원이 인정한 차용증의 효과
차용증은 금전을 빌렸다는 사실과 상환 조건을 증명하는 문서로, 공증을 받지 않아도 법적 증명에 활용할 수 있다. 법원은 다양한 판례에서 차용증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되는 법률행위의 존재를 인정하여야 마땅하다"며 차용증이 진짜로 작성되었고, 해당 문서에 찍힌 도장이 진짜라고 인정되면 문서 전체도 진짜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19. 4. 30. 선고 2018가단17518 판결).
실제 돈을 사용한 사람과 차용증 작성자가 다른 경우에도 차용증의 기재 내용이 우선할 수 있다. 대법원은 "실제로 돈을 쓴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명의로 차용증을 쓰고 담보도 제공하라는 대여자의 요청에 따라 차용증과 각서를 써 주었다면 그 차용증과 각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대로 당사자 사이에 소비대차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다25468 판결).
차용증의 소멸시효 중단 효과
차용증의 가장 큰 장점은 소멸시효 중단 효과다. 일반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10년이 지나면 법적으로 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 차용증을 새로 받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되고 새로운 소멸시효가 다시 시작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2015년 1월 1일에 1억 원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받은 뒤 2020년 1월 1일에 B가 채무를 인정하며 새로운 차용증을 작성한 경우, 소멸시효는 2020년 1월 1일부터 다시 10년간 진행된다.
채무자가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거나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도 채무 승인으로 인정되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전주지방법원은 2022년 판결에서 채무자가 이자를 일부라도 갚으면 채무 전체를 인정한 것으로 봐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판단했다(전주지방법원 2022. 11. 23. 선고 2021나13991 판결). 재판부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런 경우엔 차용증 '무효'
하지만 차용증이라고 모두 효력이 있는 건 아니다. 위조된 차용증이나 강박에 의해 작성된 차용증 등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2005년 "차용증의 필적과 원본 소지 여부, 당사자 간 분쟁 경과를 종합해 위조 사실을 인정했다"며 위조된 차용증의 효력을 부인했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05. 11. 9. 선고 2005고단159 판결).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의 차용증을 위조하였다는 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차용증의 필적 및 원본의 소지 여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분쟁경과 등 제반사정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차용증 위조를 유죄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차용증 작성과 공증 방법
차용증 작성 시에는 여러 주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은 꼭 포함되어야 한다.
- 채권자와 채무자의 정확한 인적사항(이름,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 차용금액
- 이자율
- 변제기일
- 작성일자
- 채무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법원은 공증이 없어도 차용증이 효력을 인정하고 있지만, 큰 금액이라면 공증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공증을 받는 방법에는 이미 작성된 차용증에 공증인의 인증을 받는 방법과 차용증 자체를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
공정증서는 공증인이 직접 작성하는 문서로, 공증을 받은 차용증은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 강력한 증거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공정증서에 강제집행 승낙의 내용이 포함될 경우, 민사집행법 제56조에 따라 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