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문제없다'는 원자력 검사단장의 말, 그러나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은 왜?
'안전 문제없다'는 원자력 검사단장의 말, 그러나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은 왜?
한빛 5호기 부실 용접공사, 수천억 원 피해 초래
법원, 책임 80% 인정하며 판결 뒤집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빛 5호기 원자로 부실 용접공사로 인해 가동이 멈춘 사태와 관련, 시공사인 B 주식회사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에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주목할 점은 원자력 검사단장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B사의 책임을 인정하며 629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는 사실이다.
법원은 이 사건이 원자력발전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용접 결함만으로도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단순히 금전적 배상을 넘어, 원자력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멈춰 선 원자로의 비극, 그 시작은 '부실 용접'이었다
이 사건은 2020년 10월 26일, 한빛 5호기 원자로가 갑작스럽게 멈추면서 시작되었다.
초기 조사에서는 '증기발생기 고수위'가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조사 결과 B사가 수행한 원자로 관통관 용접공사에서 심각한 하자가 발견되었다.
피고인 B사는 보수작업이 가동 정지 기간에 이루어진 것일 뿐, 용접 결함 자체는 원자로 안전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검사단장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발언한 점을 근거로 가동 정지의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KINS가 부실시공 부위의 전면적인 재시공과 보강 용접을 명령한 사실을 근거로, 용접 하자가 원자로의 안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충분했으며, 그로 인해 장기간 가동이 중단되었다고 판단했다.
수백억 원 손해배상 책임, ‘예측 불가능한 위험’의 무게
법원은 한수원이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가동 정지 기간 동안 발생했을 일실 전력판매이익,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 그리고 발전소 유지를 위해 지출한 전력 구매비용을 모두 포함했다.
총 손해액은 629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계산되었으며, 이는 애초 계약금액인 420억 원을 훨씬 상회한다.
법원은 원자력발전소의 특성상 사소한 결함이라도 사고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피고인 B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B사가 하자보수를 위해 계약금액의 83%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한 점, 한수원 측에도 부주의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B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최종 손해배상액은 51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모든 책임은 계약금액 한도’ 법원이 재해석한 책임의 범위
이번 판결의 또 다른 쟁점은 계약상 책임 제한 조항의 해석이었다. B사는 계약서에 '모든 책임은 계약가격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자신들이 지출한 하자보수비용(337억 원)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하자보수비용을 계약대금 한도(420억 원)에서 공제한 나머지 금액인 82억 9천만 원만 배상하도록 최종 판결했다.
이는 손해배상액 산정의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는 동시에, 계약 조항이 가지는 법적 효력과 그 해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최종 판결은 B사가 한수원에 82억 9천만 원을 지급하고, 이에 대한 지연 이자를 더해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이 판결이 남긴 것,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판결은 한빛 5호기 용접과오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법원은 피고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계약서의 책임 제한 조항과 하자보수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배상 범위를 조정했다.
이는 원자력 산업에서 시공사와 운영사 간의 계약 관계와 책임 소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원자력 관련 계약에서는 책임 제한 조항의 구체적인 해석과 함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한 잠재적 손실에 대한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