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골절로 알게 된 뱃속 '덩어리', 24년 전 제왕절개 때 들어간 거즈였다
갈비뼈 골절로 알게 된 뱃속 '덩어리', 24년 전 제왕절개 때 들어간 거즈였다
제왕절개 수술 후 환자 몸에 거즈 둔 채로 봉합
결국 자궁 적출까지⋯재판부 "위자료 4000만원 배상해야"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몸속에 방치된 거즈가 20여년 만에 발견돼 수술을 받게 된 환자. 이후 해당 환자는 당시 담당 의사와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셔터스톡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환자 배 안에 수술용 거즈를 넣은 채 봉합해버린 의사가 20여 년 만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담당 의사와 병원 측은 1심에서 위자료 2000만원이 선고되자 즉각 항소했지만, 도리어 항소심(2심)에서 위자료 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
13일, 울산지법 민사항소2부(재판장 이준영 부장판사)는 이 사건 피해 환자가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피해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건 지난 1993년. 둘째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였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 A씨는 제왕절개를 한 뒤, 수술용 거즈를 넣은 채로 환부를 봉합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환자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2017년, 다른 사고로 하복부 수술을 받게 되면서다. 일하던 중 갈비뼈가 부러져 긴급 수술을 하게 됐는데, 뜻밖에도 자궁에서 거즈 덩어리가 발견된 것이다. 결국 피해 환자는 자궁을 적출해야만 했다.
이후 피해 환자는 의사 A씨와 병원 측이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씨 등은 "해당 환자가 과거에 다른 병원에서 맹장 수술 등도 받았었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환자 몸에서 거즈 덩어리가 발견된 부위가 A씨 등이 주장한 맹장수술과는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첫째 아이를 낳을 당시 이뤄진 제왕절개 수술도 사고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해당 수술에서 거즈가 들어갔다면, 둘째 아이 출산을 맡은 A씨 등이 거즈를 발견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환자가 20년 가까이 느꼈을 불편함과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위자료를 책정했다"며 원심이 선고한 2000만원보다 금액을 상향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피해 환자)가 자궁 적출술까지 받아야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의사 A씨와 병원, 병원장 등이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의사 A씨 등에 대해 민사상 책임이 인정된 것과는 달리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료과실로 환자를 다치게 하면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적용되지만, 해당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서다(형사소송법 제249조 제4호). 이미 20년 전에 발생한 의료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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