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을 '행성 영주' 삼겠다며…13년간 이름도 없이 '유령'으로 키웠다
[단독] 아들을 '행성 영주' 삼겠다며…13년간 이름도 없이 '유령'으로 키웠다
출생신고·의무교육·예방접종 모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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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만든 본문과 무관한 이미지
"태양계가 리셋되면, 이 아이는 화성과 목성 사이 행성의 영주가 될 것이다."
한 남성의 황당무계한 믿음 아래, 아이는 13년 동안 이름도 없이 '유령'처럼 살아야 했다. 출생신고는 물론, 의무교육과 필수 예방접종 등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13세 아이는 뒤늦게 발견됐을 때 6세 수준의 지능에 머물러 있었다.
법원은 아이의 친모에게 아동방임죄를 물었지만, 그녀 역시 오랜 기간 정신적 종속 상태에 있었던 점을 감안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황당한 교리에 갇힌 13년
사건의 시작은 한의사였던 아이 친부 B씨의 왜곡된 신념에서 비롯됐다. B씨는 "빛의 존재가 내려왔다"는 망상에 빠져 A씨에게 접근했고, A씨는 B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C군을 임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C군이 태어난 직후부터 무려 13년간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태양계가 리셋되면 C군을 행성의 영주로 발령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A씨는 B씨의 만류와 미혼모라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아이를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C군은 13년이 지난 2024년 3월에서야 구청 직권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았다.
'유령 아이'로 사는 동안 C군의 삶은 처참했다. 태어난 직후 받아야 할 난청 선별검사를 받지 못했고, 그 결과 선천성 난청을 10년 넘게 방치해 '인공와우' 이식의 적절한 시기마저 놓쳐버렸다. 필수 예방접종과 영유아 건강검진 기록은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했다.
2024년 2월, C군이 마지막으로 머물던 곳은 가구도 없이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낡은 장난감과 책 몇 권이 전부인 비위생적인 환경이었다. 오랜 방임의 결과, 13세 소년의 생활 기능은 6세 4개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엄마…법원 '고뇌에 찬' 판결
서울중앙지법 조민혁 판사는 A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아동은 또래보다 매우 저조한 언어 및 인지능력 수준을 보이고, 조화롭게 성장·발달하는 데 필요한 각종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며 "피해 아동이 오랜 기간 겪었을 정서적 불안과 결핍 또한 상당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실형을 면하게 해준 결정적 이유는 A씨 역시 B씨의 '정신적 지배' 아래 놓인 또 다른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B씨와 피고인의 부친으로부터 비상식적인 사이비 종교 이념 등을 지속적으로 세뇌당하면서 상당 기간 정신적으로 종속된 관계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참작했다.
실제로 A씨는 B씨의 반대에도 몰래 C군의 출생신고를 시도하거나, 보건소에 데려가 일부 필수 예방접종을 맞히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이러한 점들과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향후 아이를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단3418 판결문 (2024. 11. 15.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