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만 빼고 초1 딸의 눈물, 학폭위 열어야 할까요?
내 딸만 빼고 초1 딸의 눈물, 학폭위 열어야 할까요?
전문가들 "학폭위는 '핵폭탄'…섣불리 터뜨리면 모두가 다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초등학교 1학년 딸이 교실에서 단짝 친구들의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A씨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은 같은 반 친구 B양과 C양과 셋이 어울려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B양과 C양이 A씨의 딸만 빼고 팔짱을 끼거나 귓속말을 하며, 다른 친구들에게 “A 딸과는 놀지 말라”고 말하고 다녔다.
A씨가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건 1학기 말인 7월 중순이었다. 즉시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교사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보겠다”는 말만 남겼다.
방학식 날 교사는 “그런 일이 좀 있었다”며 “B양을 혼냈고, 아이들이 다시 잘 지내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2학기 들어 담임교사가 바뀌었고, A씨의 불안은 더 커졌다.
A씨는 지금이라도 학폭위를 열어야 할지, 가해 학생 부모에게 먼저 경고해야 할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초1의 귓속말, 명백한 학교폭력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사이의 다툼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 학생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한다.
특히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따돌림'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무법인 창세 박영재 변호사는 "귓속말로 특정 친구를 배제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행위가 반복됐다면 명백한 따돌림에 해당할 수 있다"며 "피해 학생이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섣부른 학폭위, 아이에겐 '돌아올 수 없는 강'
그렇다면 A씨의 고민처럼 즉시 학폭위를 여는 것이 최선일까.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은 신중론으로 모인다. 학폭위는 공식적인 조사와 조치가 뒤따르는 엄정한 절차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낙인'으로 작용하거나 관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변호사김시은법률사무소의 김시은 변호사는 "초등 저학년은 아직 미성숙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학폭위 절차가 수개월 소요되는 동안 아이들 관계는 되돌릴 수 없게 될 수 있어, 학교가 제공하는 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 역시 "학폭위는 절차가 길고 아이에게도 심리적 부담이 상당하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것을 권했다.
'핵버튼' 누르기 전, 부모가 해야 할 3가지
전문가들은 학폭위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적 대응을 강조했다. 핵심은 '공식 기록 확보'와 '명확한 의사 전달'이다.
첫째, 학교에 공식적으로 알려 기록을 남겨야 한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새 담임교사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학교폭력 전담부서에 상담을 요청해 공식적인 상담 일지를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는 추후 학폭위가 열릴 경우 학교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증거를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전 담임교사가 '따돌림이 있었다'고 인정한 통화 내용은 결정적 증거"라며 "녹음 파일이 없더라도 통화 날짜와 시간,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고, 상황을 목격한 다른 학생의 진술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해 학생 부모와의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다. 서아람 변호사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지도해 달라.
재발 시에는 학폭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단호하고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 딸의 눈물은 법적으로 '학교폭력'이 맞다.
하지만 법의 잣대가 아이의 상처를 모두 해결해주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록하고, 대화하고, 최후에 심판하라.'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철한 단계적 접근만이 내 아이를 지키고 교실의 평화를 되찾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