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탕비실 과자 한 움큼 줍줍… ‘절도’일까 ‘횡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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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탕비실 과자 한 움큼 줍줍… ‘절도’일까 ‘횡령’일까

2025. 09. 10 15:11 작성2025. 09. 10 17:45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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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는 횡령, 일반 직원은 절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야근에 지친 김 대리는 탕비실로 향한다. 선반 위에는 회사가 채워놓은 과자와 음료수가 가득하다. 초코바 하나를 까서 입에 문 김 대리는 잠시 망설인다. ‘주말에 먹게 몇 개 더 챙겨갈까?’ 그 순간, 찝찝한 생각이 스친다. “이거 그냥 가져가도 되나? 혹시 절도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다. 회사의 배려로 놓인 탕비실 간식, 과연 어디까지가 복지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일까. 유튜브 채널 '꽉 변호사'가 다뤄 화제가 된 궁금증을 무심코 집어 든 과자 한 봉지에 숨겨진 절도와 횡령 법리를 통해 파헤쳐봤다.


내 것 아닌 회사 물건…‘절도’의 잣대

먼저 절도죄 가능성을 살펴보자. 형법상 절도죄(제329조)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몰래 훔치는 행위다. 탕비실 과자는 명백히 회사 소유이고, 회사가 점유(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직원이 이를 허락 없이 가져간다면 절도죄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물건을 가져간 행위만 보지 않는다. 직원은 탕비실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허락받은 사람이다. 회사에서 간식을 먹는 것은 회사의 암묵적 동의가 있는 행위이므로, 범죄의 고의, 즉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본다. 불법영득의사란 ‘남의 물건을 내 것처럼 마음대로 처분하려는 생각’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회사 복지 차원에서 제공된 간식을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먹는 것은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관리자의 선 넘는 행동…횡령 가능

그렇다면 횡령죄는 어떨까. 횡령죄(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가로채는 행위다. 절도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관자’라는 지위에 있다. 내가 적법하게 관리하고 있던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는 것이 바로 횡령이다.


이를 탕비실 상황에 대입해보자. 일반 직원인 김 대리는 과자를 ‘보관’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탕비실 비품을 관리하고 채워 넣는 업무 담당자가 과자 한 박스를 통째로 자기 집에 가져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회사의 위탁을 받아 과자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는 명백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과거 회사 심부름꾼이 입금하라고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쓴 사건에서,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절도가 아닌 횡령죄를 인정한 바 있다(68도1222 판결).


횡령과 절도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

정리하자면, 절도와 횡령을 가르는 기준은 재물에 대한 지배권, 즉 ‘점유’가 누구에게 있었느냐다.

  • 절도죄: 회사가 점유하고 있는 과자를 직원이 몰래 가져가는 것.
  • 횡령죄: 직원이 보관 책임을 위임받아 점유하던 과자를 가져가는 것.


일반 직원은 과자에 대한 접근 권한만 있을 뿐 보관 책임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일반 직원이 과자를 대량으로 반출했다면 절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


‘한 움큼’의 양과 목적이 죄를 결정한다

결국 탕비실 과자 한 봉지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명확하다.


회사에서 허용된 범위(복리후생)를 넘어, 개인적인 이익(집에 가져가 가족과 먹거나, 판매하는 행위)을 위해 과자를 ‘한 움큼’ 이상 챙겼다면 이는 범죄가 될 수 있다. 그 행위가 직원의 지위에 따라 절도 혹은 횡령으로 평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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