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의를 성관계 암묵적 동의라 여겼던 '감자탕 사건', 2심에선 성폭행 인정돼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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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호의를 성관계 암묵적 동의라 여겼던 '감자탕 사건', 2심에선 성폭행 인정돼 구속

2020. 07. 17 18:06 작성2020. 07. 17 18: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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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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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호의'를 성관계의 '암묵적 동의'라고 해석⋯성폭행 무죄로 논란이 됐던 1심 재판

항소심에서는 "성폭행이 맞다" 인정⋯징역 2년 선고받고 법정구속 돼

두 재판부가 정반대의 판단을 한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감자탕집에서 상대방 접시에 고기를 넣어준 '호의'를 "성관계의 묵시적 동의"라고 해석했던 1심 판결이 2심에서 깨졌다. /셔터스톡

감자탕집에서 상대방 접시에 고기를 넣어준 '호의'를 "성관계의 묵시적 동의"라고 해석했던 1심 판결이 2심에서 깨졌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 박씨는 오늘(17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박씨 측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줄 알았다", "강제로 벗기기 어려운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면서 무죄 주장을 펼쳤지만, 2심 재판부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라며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강간에 직면한 피해자의 공포를 무시하는 주장"이라며 꾸짖었다.


2심은 1심 판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1심이 "당시 피해자가 현저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을 두고 "유형력(어떤 힘) 행사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다. 대신 "피해자가 무리하게 저항했다가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바로 잡았다.


"폭행⋅협박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성폭행 무죄 판단한 1심 재판부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로톡뉴스의 단독 보도 <접시에 고기 덜어준 '호의'를 성관계 '동의'라고 해석한 법원>로 알려져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피고인 박씨는 랜덤 채팅을 통해 피해자를 만났고, 감자탕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이후 피해자의 집 근처 주차장에서 성관계를 이어갔다. 새벽 4시. 심야였다.


1심을 맡았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재판장 전국진 부장판사)는 '강간죄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피해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고 성관계를 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할 정도로 폭행⋅협박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행법상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 등의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밀치거나, 고개를 젓는 정도로는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대신 피해자가 박씨의 접시에 감자탕 고기를 넣어준 점 등을 두고 "성관계를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가 성폭행 '무죄' → '유죄'로 판단한 두 가지 이유

이에 반해 서울고등법원 형사 11부(재판장 구자헌 부장판사)는 17일 박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한 것도 맞고,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유형력(어떤 힘)도 있었다"는 근거를 들었다.


17일 해당 사건의 2심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의 모습. /서초=안세연 기자
17일 해당 사건의 2심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의 모습. /서초=안세연 기자


①밀폐된 차량에서 피해자의 신고를 막았다 = '유형력' 행사

구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심야 시간, 밀폐된 차 안에서 매우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무섭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으며, 전체적인 상황에서 볼 때 밀치는 것 이상의 저항은 소용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당시 박씨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2번이나 빼앗아 신고하지 못하게 막았다.


피해자가 현저하게 저항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볼 때 '유형력이 있었다'는 취지다.


② 일관된 피해자의 진술, 진술 뒤집은 피고인 = 각 당사자의 진술 신빙성

또한, 2심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 역시 피해자의 진술은 높지만 피고인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피해자는 직접 경험한 게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진술에 과장된 내용이 없다"고 봤다. 반면, 박씨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봤다.


피해자는 성관계 이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때 "박씨가 최초 조사에서는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점, 합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무릎을 꿇고 사과한 점 등을 들어 불리하다"고 했다.


이에 구 부장판사는 "합의 등 피해 회복이 전혀 되지 않았고, 납득할 수 없는 피고인의 변명에 피해자는 법정에서 증언하는 등 피해를 상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신상정보 등록 명령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함께였다. 다만 "피고인이 성범죄로 처벌된 전과가 없고,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매우 크지 않다"는 점을 유리하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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