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 망가뜨린 '주먹질' 한 번⋯변호사들과 중상해죄 적용 여부를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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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 망가뜨린 '주먹질' 한 번⋯변호사들과 중상해죄 적용 여부를 따져봤다

2020. 11. 13 14:51 작성
정원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wi.jung@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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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으로 인해 지적장애인 된 남편' 국민청원

피해자 아내 "맞아서 쓰러졌는데, 술에 취해 잠들었다고 거짓말"

엄벌 호소하는 피해자 가족⋯정말 살인미수나 중상해 적용은 어려운지 확인해봤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CCTV 영상과 글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그로 인해 피해 남성은 지적장애를 판정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카카오TV '보배드림'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순간에 저희 남편이 '아이큐 55'의 지적장애인이 됐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CCTV 영상 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하게 가격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영상 속 한 가해 남성은 피해자의 얼굴에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날린다. 정확히 얼굴을 맞은 피해자는 불행히도 머리가 바로 아스팔트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의식을 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가해 남성은 119를 부르긴커녕 축 처진 A씨의 멱살을 잡고 어딘가로 가려 했다.


국민청원을 올린 피해자 A씨의 아내에 따르면, 가해자는 A씨를 자신의 차량으로 데려갔다.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과 A씨 배우자가 현장에 왔지만 "술에 취해 차에서 잠들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코피를 흘리고 구토를 하는 등의 이상증세를 보이자 119를 불렀고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다.


늦었던 응급처치 때문일까. A씨는 뇌가 손상돼 아이큐 55 수준의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피해자 아내 "거짓말로 빨리 치료 못 받아⋯중상해나 살인미수로 엄벌해달라"

A씨의 아내는 "(가해자는 병원에서도) 폭행 사실은 전혀 알리지 않았고, 술에 취해서 혼자 어디에 부딪힌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 CCTV를 통해 폭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해자는 법정에 서게 됐다. 그리고 지난 8월, 1심 법원은 가해자에게 '폭행치상'으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 아내는 "쓰러진 남편을 보고 코를 골며 자고 있다고, 술에 취해서 잠이 들었다고 경찰을 돌려보낸 행위는 폭행치상이 아니라 중상해, 살인미수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엄벌을 호소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호소에 동의했다. 13일 2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청와대에 피해자 아내가 올린 국민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와대에 피해자 아내가 올린 국민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변호사들과 살인미수와 중상해 적용 가능 여부를 따져봤다

살인미수나 중상해 혐의는 가해자에게 적용된 폭행치상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죄다. 두 조항 모두 폭행치상과 달리 벌금형이 없다.


피해자의 아내가 말한 대로, 살인미수 또는 중상해를 적용할 수는 없던 걸까.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살인미수 "적용 어려울 것"

변호사들은 "살인미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폭행치상은 폭행이라는 행위와 상해라는 결과만으로도 성립한다. 반면 살인미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살인을 하겠다는 '고의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즉, 가해자가 주먹을 휘둘렀을 때 "죽이겠다" 내지는 "죽어도 상관 없다"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변호사 손조흔 법률사무소'의 손조흔 변호사는 "가해자의 폭행으로 중대한 결과(지적장애)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가해자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도,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방치를 했다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그렇다면 살인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경우로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는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타인이 발견할 수 없는 장소에 유기한 것이 아니기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법률 자문
'변호사 손조흔 법률사무소'의 손조흔 변호사,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
'변호사 손조흔 법률사무소'의 손조흔 변호사,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 /로톡 DB


중상해 "가능성 있다"

그렇다면 중상해 혐의는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중상해죄는 ①상해로 ②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의 질병에 이르게 해야 한다. 여기서 피해자가 지적장애를 얻게 되었으므로 ②는 성립된다. 다만, 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기서도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손조흔 변호사는 "이번 범행은 '고의'를 가지고 한 범행이라기보다는, 폭행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고의성이 없어 중상해 역시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반면 서지원 변호사는 "보통 영상처럼 '가격'을 할 때는 상대방이 다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상해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행위로 피해자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기에 '중상해'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피해자 나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변호사들 "수억원대 민사상 손해배상 해야 할 것"

변호사들은 대신 가해자에게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원 변호사는 "가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라는 피해를 입은 것이 명백한바,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 일체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조흔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손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당연히 가능하고 또 이뤄져야만 한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에 있어, 크게 세 가지 요소가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①치료비 ②소득 상실분 ③위자료다.


가해 남성이 피해자를 폭행하던 당시 CCTV 영상. /카카오TV '보배드림' 캡처
가해 남성이 피해자를 폭행하던 당시 CCTV 영상. /카카오TV '보배드림' 캡처


①치료비

치료비의 경우 기존에 들었던 병원 비용뿐 아니라 향후 치료에 드는 비용도 모두 계산하여 배상액에 반영한다. 또한, 의료장비 구입에 필요한 비용과 A씨의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간병비도 모두 계산한다.


②일실수입

지적장애 판정을 받고 직장을 잃은 A씨의 소득 상실분도 손해배상액에 포함한다. 이 경우 A씨가 65세까지 경제 활동을 했을 경우 벌 수 있었던 액수를 모두 합산하여 계산한다.


③위자료

A씨의 정신적 고통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에 포함한다. 이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아내나 자녀 등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도 모두 계산하여 반영한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해자가 A씨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억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조흔 변호사는 "A씨의 수입이나 신체 상태에 따라 액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A씨가 경제활동을 하는 30~40대 가장으로 가정해봤을 때 '수 억원대'로 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의 정확한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명의 어린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원 변호사도 "육체노동 정년인 만 65세까지의 실제 취할 수 있었던 수익 및 치료비, 그리고 위자료 등을 합치면 대략적으로 2억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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