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또 17억 당첨되자 동료에게 4억 쾌척…뒤늦게 "뺏긴 돈"이라며 소송 걸었지만
[단독] 로또 17억 당첨되자 동료에게 4억 쾌척…뒤늦게 "뺏긴 돈"이라며 소송 걸었지만
"감금·협박 당해 억지로 줬다"며 반환 소송 제기
법원 "돈 준 뒤 선물 받고 학원비도 받아" 패소 판결
![[단독] 로또 17억 당첨되자 동료에게 4억 쾌척…뒤늦게 "뺏긴 돈"이라며 소송 걸었지만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3445527085779.jpg?q=80&s=832x832)
로또 1등 당첨자가 동료에게 준 4억을 “강박에 의한 지급”이라며 돌려달라고 소송했지만, 법원은 강박 입증 부족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셔터스톡
2022년 3월, 직장인 A씨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동료 B씨가 소개해 준 로또 번호 제공 사이트에서 받은 번호로 복권을 샀는데, 덜컥 1등에 당첨된 것이다. 당첨금만 무려 17억. 세금을 떼고도 11억 7000만 원이 넘는 거금이 A씨의 손에 들어오게 됐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지은 순간, A씨의 곁에는 동료 B씨와 그 남편 C씨가 있었다. 그들은 함께 서울로 올라가 호텔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은행에서 당첨금을 찾는 순간까지 동행했다.
당첨금을 수령한 날, A씨는 당첨금의 3분의 1이 넘는 4억을 B씨 부부에게 건넸다. 그리고 얼마 뒤, A씨는 법원에 소장을 냈다. "그 돈, 뺏긴 겁니다. 돌려주세요."
"서울 가는 차 안에서부터 감시당했다" vs "고마워서 준 것"
A씨의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로또 1등에 당첨되자 B씨 부부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A씨는 "피고들(B씨 부부)이 나를 감금하고 감시하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 이겨 1억을 줬고, 나머지 3억도 '보관해 주겠다'는 핑계로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A씨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였으므로 돈을 준 행위를 취소한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B씨 부부의 입장은 달랐다. 억지로 뺏은 게 아니라, 로또 당첨에 기여한(번호 제공 사이트 소개 등) 감사의 표시 등으로 A씨가 자발적으로 줬다는 취지였다.
법원 "협박당했다면서... 학원비는 왜 받았나?"
창원지방법원 정신구 판사는 원고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가 돈을 뺏겼다고 보기에는 그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탄핵할 결정적인 장면들을 포착했다.
첫째, 신고가 없었다. 만약 4억이라는 거금을 뺏겼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A씨는 돈을 건넨 직후 반환을 요구한 정황이 없고, 형사 고소조차 하지 않았다.
둘째, 카톡이 발목을 잡았다. 돈을 건넨 지 5일 뒤인 4월 9일, A씨는 B씨에게 "4억 원을 줬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협박이나 감금에 대한 원망은커녕, 자발적으로 돈을 줬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셋째, 선물이 오갔다. 돈을 뺏긴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라고 보기엔 너무나 화기애애했다. A씨는 돈을 건넨 다음 날 B씨로부터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심지어 며칠 뒤에는 B씨가 A씨의 운전학원 등록비 100만 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납치·감금범이 피해자의 학원비를 내주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강박 입증 못 하면 무효 안 돼"... 돈은 결국 동료 몫으로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의 강박으로 인해 돈을 지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폭행이나 협박을 했는지에 대한 입증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로또 1등의 기쁨은 소송전으로 얼룩졌고, A씨는 동료에게 건넨 4억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2022가단127330 판결문 (2024. 6. 12.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