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때는 인정, 법정선 부인... 윤영호의 진술 번복, 변호사들이 분석한 이유는
수사 때는 인정, 법정선 부인... 윤영호의 진술 번복, 변호사들이 분석한 이유는
핵심 인물 윤영호, 법정서 진술 번복
송영훈 변호사 "재단 해산 시 3조 국고 귀속 공포"
장윤미 변호사 "내부 향한 경고 메시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지난 7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2인자로 불리던 윤영호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입을 닫았다. 권성동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선 그는,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을 뒤집으며 돈을 건넨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특검이 확보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여야 정치인만 26명. 이른바 '통일교 리스트' 수사가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 배경과 향후 파장을 두고 장윤미, 송영훈 두 변호사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펼쳐졌다.
법정에서 달라진 말, "기억 안 난다" 아닌 "의도와 다르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변화는 미묘하다. "돈을 줬다"에서 "안 줬다"로 단순 번복한 것이 아니라,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은 제 의도와 다릅니다.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윤미 변호사는 이를 두고 "권성동 의원 건뿐만 아니라 민주당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가 직접 준 적 없다'는 취지로 톤다운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 그랬을까. 법조계에서는 위증죄 위험 때문이라고 봤다. 수사 기관에서의 진술은 거짓말을 해도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지만, 법정 선서 후의 증언은 다르다. 거짓이 드러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는다.
장윤미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실을 특정해서 부인했다가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면 위증죄가 추가된다"며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조 원 자산 국고 귀속"...해산 명령 공포
윤 전 본부장이 입을 닫은 결정적 이유로 '종교법인 해산 명령'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대통령실이 언급한 종교재단 해산 검토가 통일교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송영훈 변호사는 국세청 공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통일교 측이 느낄 공포의 실체를 숫자로 증명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통일교 재단의 순자산은 약 2조 9,900억 원, 부동산은 2조 3,900억 원에 달한다.
송영훈 변호사는 "만약 재단이 해산되어 재산이 국고로 귀속된다면 3조 원이 날아가는 셈"이라며 "윤영호 씨 입장에서는 법정에서 '여야 정치인 누구에게 줬다'고 시인하는 순간 교단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부 고발'인가 '협상 카드'인가
반면, 윤 전 본부장의 태도가 교단 내부를 향한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윤 전 본부장은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통일교 측과 법적 분쟁 중이다.
장윤미 변호사는 "최후 진술에서 통일교가 자신을 손절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며 "한학자 총재를 향해 '내가 입을 열면 다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즉,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로비 의혹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6명의 명단, 그리고 특검 논란
현재 경찰에 입건된 인물은 전재수, 임종성, 김규환 전 의원 등 3명이다. 이들은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은 여야를 합쳐 26명에 달한다.
문제는 수사의 주체다. 송영훈 변호사는 "경찰이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도 109일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도둑을 숨겨주는 꼴이니 특검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윤미 변호사는 "핵심 증거인 윤영호 씨의 진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국수본(국가수사본부)이 이미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특검은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송영훈 변호사는 "전재수 의원이 통일교 측과 최소 7번 접촉했다는 보도와 문선명 총재 추도 만찬 참석을 위한 항공 기록 등을 대조하면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