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안 잡고, 동료 범죄 눈감고…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믿는 구석'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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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안 잡고, 동료 범죄 눈감고…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믿는 구석' 있었다?

2022. 01. 19 12:12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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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로는 웬만해선 처벌 안 돼요" 이 말 사실인지 검증해봤더니

대법원이 보는 직무유기란, 고의로 직무를 모조리 포기한 정도여야 했다. 단순히 일을 소홀히 한 정도로는 처벌이 되지 않았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검역이 필요한 국제물류가 '무사통과' 하는 동안, 옆에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즐기던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 칼을 휘두르는 피의자를 남겨두고 현장을 이탈한 경찰관.


최근 벌어진 이 사건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직무유기'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할 경우, 우리 형법은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등에 처한다고 말한다(제122조). 벌금형 없이 곧장 징역형으로 처벌한다는 건 그만큼 죄질이 무겁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법조계에선 문제가 된 이들 중 누구도 "직무유기로 처벌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 이유로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이 보는 직무유기란, 고의로 직무를 모조리 포기한 정도여야 했다. 단순히 일을 소홀히 한 정도로는 처벌이 되지 않았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웬만해선 직무유기죄가 될 수 없다는 그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법원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수준 정도일 때 직무유기를 유죄로 봤다.


직무유기로 재판 넘겨져도⋯절반은 그냥 풀려났다

우선, 직무유기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부터 흔치 않았다. 대법원이 공개한 최근 2년 치 형사판결문 중 형법 제122조(직무유기)가 적용된 사건은 단 10건. 중복 사건을 빼면 8건에 불과했다.


어렵사리 재판에 갔다고 해서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해당 혐의 사건 8건 중 4건(50%)이 '선고유예'로 끝났다. 선고유예를 받은 사람이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 전력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된다. 결국,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나머지 4건만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나왔는데, 그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딱 2건(25%)에 그쳤다. 사건의 면면을 보면, 맡은 업무를 안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아예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범행에 적극 가담한 '동업자' 수준은 돼야, 직무유기죄 실형

일례로 뇌물을 받고 도망쳐 지명수배자가 된 전직 경찰 A씨 관련 사건이 그랬다. A씨는 성매매 업소를 차렸는데, 현직 경찰 3명은 지명수배자인 A씨를 발견하고도 검거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성매매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협조했다.


사실상 '동업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경찰 단속 정보나 수사 상황을 빼돌려 전달하는 건 기본. 단속해야 할 성매매 업소에서 도리어 향응을 접대받았다. 더 나아가 문제가 생기면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처벌을 피하라는 '팁'까지 전달했다. 직무유기를 포함해, 이 사건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 행위만 무려 14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9명이나 됐다. 그야말로 조직적인 부정부패 범죄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현직 경찰 3명 가운데 1명에게만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됐다. 벌금도 30만원에 그쳤다. 공권력을 악용해 가장 주도적으로 성매매 일당의 뒤를 봐준 사람이었다. 나머지 경찰들에겐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이 공개한 최근 2년 치 형사판결문 중 형법 제122조(직무유기)가 적용된 사건은 8건(중복 제외)에 불과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직무유기 사건 8건에 연루된 피고인은 총 10명. 직업별로 나누면 경찰이 6명, 일반 공무원이 4명이었다. 이들이 저지른 직무유기 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경찰들은 눈앞의 범죄 행위를 보고도 그대로 '덮었다'.


과거 함께 일했던 경찰이 수사받을 위기에 놓이자, 몰래 사건을 덮어버린 경찰 B씨의 사건. 지난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사 의뢰를 받은 B씨는 수사 대상이 과거 자신과 함께 일했던 경찰 동료임을 알게 된 후, 사건을 방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청장 명의를 도용해 "내사 종결 됐다"는 공문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쪽에 보내기도 했다. 이 사실은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면서 무려 4년 만에 드러났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부산고법은 "B씨가 30년 가까이 경찰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 성실하게 근무했다"며 징역 1년 6월에 벌금 500만원으로 형량을 깎아줬다.


경찰 C씨는 사기죄로 지명수배가 내려진 내연녀를 만나고도, 검거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명수배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찾아 전달해다. 그는 기존부터 수시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내연녀가 원하는 각종 정보를 빼돌려주곤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집행유예였다. 지난해 5월, 부산지법은 C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알고도 모른 척, 하염없이 업무 미뤘어도 "직무유기 아니다"

공무원들은 처리해야할 업무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묵혔다'.


공무원 D씨는 처리해야 하는 결재문서를 받고도, 인사이동이 날 때까지 11개월가량 방치했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눈치를 보느라 그랬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D씨에게 지난 2019년 11월, 서울동부지법은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업무처리를 지연했을 뿐,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았다"라는 이유였다.


문화재 관리 공무원 E씨는 폐토사를 매립한 업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1월, 춘천지법에서도 선고유예를 받은 공무원이 나왔다. 지역 문화재를 관리하던 E씨였다. 공무원 E씨는 관할 문화재 보호구역에 한 업체가 2년간 폐토사를 매립해온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E씨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직무유기까지는 아니다"라고 봤다.


지난 5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선고유예로 풀려난 공무원 F씨도 마찬가지였다. 모 업체가 위법하게 토석을 채취하는 걸 방치하고, 오히려 환경영향평가 등에 문제가 없다며 허위 공문을 발송했는데도 그랬다. 재판부는 "F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공무원직에서 당연히 퇴직을 하게 된다"는 이유로 선처를 해줬다.


이들의 직무유기는 공직사회 청렴성을 해치고,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것과 같았다. 그런 행동에도 법원은 "처벌까진 과하다"라는 답만 반복하고 있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0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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