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 99% 확신" 가짜뉴스 퍼뜨려도⋯명예훼손 처벌 불가능한 2가지 이유
"김정은 사망 99% 확신" 가짜뉴스 퍼뜨려도⋯명예훼손 처벌 불가능한 2가지 이유
"김정은 제대로 걷지 못해" 탈북민 출신 당선인 두 명의 '가짜뉴스'
시민단체 고발까지 이어졌지만⋯변호사들, 만장일치로 "처벌 가능성 없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안전사회시면연대 최창우 대표와 회원들이 '가짜뉴스, 허위사실 유포한 김종인, 태영호, 지성호씨'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고발장 접수 회견을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미래통합당)⋅지성호(미래한국당) 당선인이 각각 '김정은 위중설⋅사망설'을 제기했다가 비난 여론에 난타당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두 사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재한 모습이 공개되자마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급기야 지난 4일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고발장을 제출한 안전사회시민연대 측은 "이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통일부 장관 등 국가기관 책임자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이런 기세가 법적 처벌로까지 이어질까. 변호사들과 고발장을 살펴봤다.
변호사들은 "처벌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4명 모두 만장일치였다. 고발장에서 적시된 혐의는 형법(제307조)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인데, 변호사들은 성립에 필요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법률 자문

이유 ①정부와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기 때문
변호사들은 "애초에 정부 또는 국가기관 등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발장에 나온 피해자는 '통일부 장관, 청와대 국가안보회의 책임자 등 국가기관 책임자'인데, 애초부터 이들은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며 "이 때문에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발장에서 피해자를 (국가가 아니라) 통일부 장관 등 책임자로 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부 기관을 피해자로 상정한 것"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발언을 특정한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볼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윈스의 허왕 변호사도 "국가기관은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적정한 결과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김정은 사망설 관련) 의문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한 사람, 또는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의문을 표시하는 건 (명예훼손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유 ②발언 당시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 있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
변호사들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다고 했다. "두 당선인이 발언할 당시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는 "발언을 했을 당시 두 당선인에게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고,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4년 "(발언이 허위라는) 인식 여부는 그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증명하기 어렵다"며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해당 사실의 출처 및 알게 된 경위 등을 토대로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주장을 입증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법원 태도와 해당 당선인들이 탈북민 출신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비록 범죄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지탄받아야 마땅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 당선인으로서 신중하고 정확한 발언을 해야 했다는 취지였다.
방정환 변호사는 "국회의원 당선인 국가안보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표하고, 언론도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했다.
특히 하진규 변호사는 지성호 당선인의 '김정은 사망 99% 확신'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하 변호사는 "단순히 이목을 끌려는 목적으로 '99%'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쓴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변호사들이 한목소리로 "부적절하다"고 한 이유는 "당선인들이 민주주의 투쟁으로 얻어낸 '표현의 자유'를 남용했다"는 데 있었다.
"표현의 자유는 권력자에게 어떠한 말도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한참을 설명한 하 변호사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투쟁의 가장 값진 성과물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두 당선인이 이를 남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표현의 자유는 건강히 지켜나가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본바탕 그 자체이자 만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허왕 변호사는 "당선인들의 표현 역시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변호사는 "(이번 발언은) 매우 적절한 의문 제기였다"며 "김정은 사망 관련 추측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되게 가져왔던 의문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발언이 지탄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표현의 자유 남용'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