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커지게 119 왜 불러!" 제자 익사하는데 신고 막은 비정한 야구 코치
"일 커지게 119 왜 불러!" 제자 익사하는데 신고 막은 비정한 야구 코치
중학생 야구부원 바다에 방치해 사망 이르게 한 코치
대법원서 금고 8개월 확정
"어린 학생들 진술 회유 개연성 높아" 일침

거센 파도가 치는 바다에 학생들을 안전장비 없이 들여보내고 사고 뒤 119 신고까지 막은 야구부 코치에게 금고 8개월이 확정됐다. /셔터스톡
어른의 무책임한 방치가 빚어낸 참사였다. 파도가 매섭게 치는 바다에 중학생 제자들을 구명조끼 하나 없이 몰아넣고, 정작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자 119 신고마저 막아선 한 야구부 코치. 그는 심지어 법정에서 "숨진 학생의 돌발행동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법원은 이 비정한 지도자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결국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이 씁쓸한 사건의 전말을 판결문을 통해 되짚어봤다.
1.5m 너울성 파도 치는 바다… 홀로 자리 뜬 코치
사건은 2021년 6월 22일, 경북 경주시의 한 해변에서 발생했다. 한 중학교 엘리트 야구부 코치였던 A씨는 대회 일정을 소화하던 중, 13명의 학생을 인솔해 바닷가로 향했다.
당시는 해수욕장이 정식 개장하기도 전이었고, 약 1~1.5m 높이의 거센 너울성 파도가 치고 있어 입수 자체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도,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학생들은 상의를 탈의한 채 가슴 깊이까지 오는 바다에서 파도를 맞으며 놀았다.
비극은 A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졌다. 오후 2시 20분경, A씨는 "수건을 가져오겠다"며 학생들에게 물에서 나오라고 지시한 뒤 전세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학생들이 물 밖으로 완전히 나왔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였다. 결국 물놀이를 이어가던 학생 중 한 명인 B군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고 말았다.
1심 "학생의 돌발행동" 무죄… 2심은 달랐다
1심 재판부(수원지법 평택지원)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물놀이 중지 지시를 내렸음에도 B군 등이 재차 바다로 향한 돌발 행동까지 코치가 예견하기는 어려웠다는 이유였다.
당시 법정에 선 일부 학생들도 "코치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A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하지만 2심(수원지법 형사7부)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엘리트 체육계의 폐쇄성과 특수성에 주목했다.
> "야구부원들이 전문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피고인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었다는 점…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피고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지도자인 A씨 영향력 아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허위 진술을 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해 1심 증언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재판부가 분노한 코치의 경악스러운 민낯
2심 판결문에는 A씨의 업무상 과실뿐만 아니라, 사고 직후 그가 보인 충격적인 행동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재판부가 특히 강하게 질타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119 신고를 막아선 코치
물에 빠진 B군을 보고 놀란 학생이 119에 전화를 걸자, A씨는 손을 흔들며 전화를 끊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가가 묻는 학생에게 A씨는 "너 지금 미쳤어. 너 일 크게 만들고 싶냐"며 폭언을 퍼부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사고발생 직후 119신고를 하려는 것을 제지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보다 신속한 구조를 방해하였다"고 꼬집었다.
구조는 뒷전, 담배 피우며 방관
A씨가 수건을 가지러 간다며 자리를 비웠을 당시, 그는 해변에서 60m 떨어진 곳에서 버스 기사와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B군이 물에 빠진 뒤 학부모와 다른 학생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를 시도할 때도, A씨는 구조 장비를 챙기거나 물에 들어가지 않고 해변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숨진 제자에게 책임 전가
A씨는 재판 내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숨진 B군이 야구부 주장이었다는 점을 들며 책임을 떠넘겼다.
법원은 "피해자가 야구부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돌발행동을 함에 따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로 피해자에게 일부 책임을 떠넘기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며 그의 불량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 "금고 8개월 확정"… 어른의 책임 묻다
결국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금고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단독 인솔자로서 비상 상황에 대비해 지근거리에서 학생들을 주시하고, 자리를 비울 때는 완벽한 통제나 대리 감시자를 세웠어야 함에도 이를 철저히 방기했다는 것.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