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뒤 술 마셨다" 오리발 내민 40대⋯11번의 통화기록이 유죄 갈랐다
"사고 난 뒤 술 마셨다" 오리발 내민 40대⋯11번의 통화기록이 유죄 갈랐다
세종 도로 수로에 빠진 뒤 112 신고까지 1시간
그 사이 통화만 11차례
1심은 무죄, 2심은 징역 1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심 무죄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사고를 낸 뒤에야 술을 마셨다고 주장한 40대 운전자 A씨 이야기다.
차가 빠진 뒤 그가 112에 전화를 걸기까지 약 1시간, 그 사이 통화만 11차례였다. 대전지법은 이 통화기록을 근거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새벽 세종 도로에서 벌어진 일
사고가 난 건 2024년 6월 16일 새벽이었다. 장소는 세종시 연서면, 부모가 쓰는 농막 앞 도로였다. A씨는 새벽 2시 9분쯤 승용차를 몰고 나섰다. 3분쯤 뒤 차량 한쪽이 인근 도로 수로에 빠졌다.
A씨는 오전 3시 14분쯤 직접 112에 "차량이 고랑에 빠졌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A씨 휴대전화 위치정보에 뜬 장소에서 그와 차량을 찾지 못하고 복귀했다.
이후 오전 4시 31분쯤 견인차 기사가 "운전자가 술에 취해 있다"고 다시 신고했다. 경찰이 오전 4시 57분쯤 측정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53%였다.
A씨는 재판에서 전날 저녁 술을 조금 마신 건 맞다고 했다. 다만 취기가 오른 건 사고 뒤라고 주장했다. 농막으로 돌아가 맥주 550㎖ 한 캔과 소주 650㎖ 한 병을 더 마셨다는 것이다.
1심 무죄가 2심 유죄로
1심 재판부가 고민한 지점은 시간 공백이었다. 차가 빠진 때부터 측정까지 2시간 30분이 넘게 비어 있었다. "음주운전을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그 공백 동안 A씨가 술을 더 마시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역산에 필요한 자료도 부족했다. 얼마나 마셨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마셨는지, 체중이 얼마인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의심은 짙었지만 증명이 닿지 못해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강주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이 주목한 건 A씨의 통화기록이었다. 사고 직후부터 112에 신고할 때까지 약 1시간, 그가 건 통화는 11차례였다. 전화를 11번 붙잡은 사람이 그 사이 농막까지 걸어가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캔을 비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봤다.
그때 전화를 받은 지인의 진술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는 A씨가 "술을 마신 것 같았고 많이 취해 있었다"고 했다.
경찰과의 첫 통화도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음주운전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뒤 나중에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가 잡은 최종 음주시각은 전날 밤 11시쯤, 사고보다 3시간 앞이다. 이 시각을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대입했다. 그렇게 나온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75%였다.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벌금형도 가능했는데 왜 실형이 나왔나
동종 전력이 없다면,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0.2% 미만 구간의 음주운전은 징역 1년 이상 2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로 처벌한다.
A씨의 역산 수치(0.175%)는 이 구간에 해당한다. 벌금형도 선택지에 들어 있는 구간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벌금이 아닌 실형을 택했다.
재판부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운전은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성이 큰 범죄이므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수치만큼이나 끝까지 부인한 태도가 크게 작용했다.
사고 낸 뒤 술 마셨다는 주장, 왜 안 통하나
사고 후 집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가 그대로 증거가 된다.
통화기록·문자·목격자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돼 법정에 증거로 올라올 수 있는 자료다. 사고 직후 행적을 사실과 다르게 꾸며 말해서는 안 된다.
처음 한 말과 다른 주장을 나중에 내놓으면 신빙성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고를 낸 직후에는 그 자리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사실대로 진술해야 한다. 임의로 자리를 옮기거나 사고 후에 음주를 하는 행동은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