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사이 끼워진 빈 종이 한 장, 당신을 한없이 불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사이 끼워진 빈 종이 한 장, 당신을 한없이 불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사이에 껴있던 '백지'⋯서명하라고 한 회사
아무 내용 없었다고 해도, 일단 서명이나 날인했다면 되돌리기 어렵다

'근로계약서' 사이에 백지가 끼워져있고, 서명을 하라고 한다면? 빈 종이 한 장이었지만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작성자. 그가 느낀 불길함을 법적으로 정리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흰 종이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다. 무엇이든 적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한 입장에서는 한없이 유리하게, 불리한 입장에서는 한없이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이 백지가 '근로계약서' 사이에 끼워져있다면 어떨까.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동차 하청(업체)에서 백지에 서명하라고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근로계약서나 여러 가지 적었는데 중간에 백지 종이가 있었다"며 용도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했다. 사진과 동영상도 찍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빈 종이 한 장이었지만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작성자. 그가 느낀 불길함을 법적으로 정리해봤다.
A씨가 느낀 불길함의 근원은 업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계약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서명이 적힌 백지에 회사 측이 "회사 사정에 따라 하청업체를 변경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해고당해도 민·형사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을 작성한다면, 겉으로 보기에 A씨는 그런 조항에 동의한 꼴이 된다.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르면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拇印)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내용을 확인하고 계약서에 날인했다면 그 계약서 내용대로 효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결국 A씨가 "백지에 서명을 남겼는데, 사측이 내용을 추가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A씨는 꼼짝없이 해당 조항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A씨는 서명한 '백지 계약서'를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놨다고 밝혔다. 나중에 사측이 계약서에 무언가를 추가할 경우 "처음엔 백지였다"는 점을 증명할 증거를 확보해둔 셈이다.
만약 A씨의 우려대로 회사가 '백지 계약서'를 사후 조작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형사 대응'을 추천했다.
우선 계약서에 처음엔 백지상태였고, 서명 이후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추가됐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사문서위조죄'를 물을 수 있다.
형법 제231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작성자에게 아무 설명 없이 백지 계약서에 서명하기만을 강요했다면 '강요죄'를 물을 수 있다. 형법 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