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모텔의 함정?…"큰 방 쓰라" 안내 믿고 입실했다 사기꾼으로 몰렸다
무인 모텔의 함정?…"큰 방 쓰라" 안내 믿고 입실했다 사기꾼으로 몰렸다
악의적 고소 남발한 사장, '무고죄' 처벌받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통해 부산의 한 모텔을 3만 2천 원에 예약했다. 예약을 마치자마자 모텔 사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은 A씨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큰 방을 사용하라"고만 했다.
A씨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모텔에 도착했고, 로비에는 '일반실', '특실', '스위트룸' 세 종류의 열쇠가 놓여 있었다. '큰 방'이라는 말에 A씨는 자연스레 스위트룸 열쇠를 들고 입실했다.
평온했던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7시, 비극이 시작됐다. 모텔 직원이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와 "왜 이 방을 썼냐"며 추가금 3만 원을 요구했다. A씨는 "여인숙 수준의 모텔에 그 정도 돈은 줄 수 없다"며 항의하고 퇴실했다.
하지만 사장의 대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A씨를 사기죄로 고발하고 민사소송까지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억울했던 A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플랫폼 후기에 그대로 작성했다. 그러자 사장은 A씨의 후기까지 문제 삼으며 명예훼손과 영업방해 혐의를 추가해 고발했다.
다행히 경찰은 수사 끝에 모든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자신과 비슷한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부당한 고소로 자신을 괴롭힌 사장을 무고죄로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큰 방 쓰라"는 사장 말, 믿은 게 죄였나?
변호사들은 A씨의 행동이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사장의 "큰 방을 쓰라"는 모호한 안내와 명확한 설명이 없는 무인 운영 시스템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방 구분에 대한 명확한 안내 없이 고객이 혼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기죄로 고발하는 것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고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한 후기 작성, '영업방해'로 처벌받을까?
소비자가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후기를 남기는 것은 헌법과 소비자기본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다.
대법원 역시 '소비자가 자신이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인터넷에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A씨의 후기 작성을 명예훼손이나 영업방해로 본 사장의 주장이 경찰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다.
"나 같은 피해자 또 있다"…'무고죄' 반격, 가능할까
이제 A씨의 반격 카드는 '무고죄'다. 변호사들은 무고죄 성립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입증이 까다로운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태강의 조은 변호사는 "단순한 숙박 분쟁을 악의적으로 형사사건화하고 정당한 소비자 리뷰까지 고소한 점은 충분히 무고죄로 문제 삼을 수 있다"면서도 "다른 피해자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사장의 고의성과 반복성이 입증돼 무고죄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피해자들의 후기나 증언을 확보하는 것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무고죄는 상대방이 허위임을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고소를 제기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난이도 있는 사건"이라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법리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 예약 내역, 다른 피해자들의 후기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사장의 '악의적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