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으로 진단서 받아 이혼할 수 있을까요?
'화병'으로 진단서 받아 이혼할 수 있을까요?
변호사 8명의 만장일치 답변 "진단서도, 이혼도 가능하다"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A씨는 화병으로 진단서를 받아 이것을 이혼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망나니 아들 때문에 속을 썩일 대로 썩이다가 화병을 얻어 제 명을 다 못 살고 죽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화병(火病)에 대한 설명이다. 그 말대로 화병은 정확하게 '무엇이다'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울화가 치민다' '응어리가 진다' 등 문학적인 표현으로 에둘러 표현한다.
남편과 이혼소송을 준비 중인 A씨도 이런 증상을 보인다. A씨는 "남편의 잦은 폭언과 욕설, 무시로 화병을 얻었다"며 이걸 인정받아 이혼을 신청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무엇보다 '화병으로 진단서를 받을 수 있는 건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① 화병 진단서 발급 가능 여부 ② 해당 진단서의 이혼소송 증거력 등 질문자의 궁금증 두 가지에 대해 답을 했다. 변호사 8명의 의견은 만장일치였다.
의사 출신 법무법인 우성 정필승 변호사는 "화병은 미국 정신의학에도 정식 등재된 우리나라 특유의 증후군(症候群)"이라며 "영어로도 'Hwa-byung'으로 표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진단서 역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명재 김연수 변호사도 "가까운 정신과를 방문해보라"며 "특별한 부정행위, 폭행 등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남편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면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평화 박현우 변호사⋅법무법인 승우 변형관 변호사⋅'변호사채혜선법률사무소' 채혜선 변호사⋅로펌 진화 김한호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 김기윤 변호사 또한 "소견서 또는 진단서를 받아서 미리 소송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같은 입장을 보였다.
변호사들은 진단서를 받은 이후의 절차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이 가능하다"는 답이었다.
김연수 변호사는 "당연히 제출이 가능하다"며 "화병 진단을 받을 정도로 남편의 폭언과 욕설, 무시를 받아왔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혼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김한호 변호사도 "상담한 내용이 들어간 진료기록도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
이어 "이혼소송은 형사소송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증명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진단서와 주변인의 진술 정도의 증거로도 충분히 이혼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가족 고영남 변호사는 "설사 진단서 발급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남편의 폭언⋅욕설⋅무시 등은 이혼의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녹음과 문자, 주변인의 진술 등 다른 방법으로도 입증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