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간 성추행해놓고…딸의 처벌불원 의사가 허위진술 근거라고 주장한 아빠
[단독] 4년간 성추행해놓고…딸의 처벌불원 의사가 허위진술 근거라고 주장한 아빠
초등학생 친딸 대상으로 약 4년 동안 성범죄 저지른 아빠
1심에서 피해자 '처벌불원 의사'로 징역 8년 선고됐는데
항소한 뒤 "처벌불원 의사는 (딸이) 허위진술 했다는 근거"라 주장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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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친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친부. 그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인 딸이 "허위진술을 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간 끝에 징역 8년이 확정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빠 A씨는 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독 친딸 B양 앞에서만 그랬다. 그러면서 B양에게 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다른 가족들 아무도 모르게.
아빠는 그렇게 B양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B양은 4년이 지나서야 아빠의 범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또 다른 성범죄 피해를 당하면서였다.
B양은 조사를 받으면서 왜 엄마에게 이 사실(아빠의 범행)을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엄마가 아빠한테 맞아서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다."
"무서운 아빠의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실제로 아빠 A씨는 폭력적이었다. 과거 폭행과 상해 등의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 자신의 아내이자 B양의 엄마도 자주 때렸고 흉기로 협박한 적도 있다. 그로 인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여러 번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해칠까 봐 두렵다."
"가족에게 폐를 끼친 것 같다."
또한, B양은 아빠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자신이 신고하면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일을 걱정했다.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 대다수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범행은 B양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B양이 학교 친구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게 됐다. 이를 알게 된 아빠 A씨는 오히려 "네가 꼬리를 쳐서 그렇게 됐다"며 피해자인 B양을 비난했다. 이 말에 크게 상처를 받은 B양은 집을 나가며 엄마에게 편지를 남겼다.
"아빠한테 맞고 살지 마라. 엄마가 불쌍하다."
"아빠에게 성추행을 당해왔다."
결국 아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B양의 엄마는 이 과정에서 A씨와 이혼을 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부 김용찬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 ▲형의 집행이 종료되는 날부터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피해자 B양과 접촉하지 말라는 내용 등을 담은 준수사항도 함께 부과했다.
김용찬 부장판사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친딸인 피해자를 상대로 수년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평화롭고 안전해야 할 집에서 친부에게 범행을 당한 피해자의 충격과 상처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꾸짖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B양이 여러 차례 피해 사실을 반복해 진술하며 아픈 기억을 계속 떠올려야 했던 점도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재판을 받으며 범행을 인정한 점이 고려됐다. 이어 피해자 B양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했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그런데, 반성한다던 A씨는 4일 만에 항소했다. "B양을 몇 번 만진 적은 있지만 성추행 등을 한 적은 없다"며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B양이 허위 사실을 꾸며내 진술했다"며 "(그 때문에 자신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1심에서 감형사유로 고려된 B양의 처벌불원 의사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어 A씨는 B양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을 이어갔다. 그 근거로 A씨가 B양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들었다. 해당 메시지에는 B양이 아빠인 A씨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자신에게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적대적인 감정을 표현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1심에서 예상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자 태도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신동헌 부장판사는 B양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솔직하게 말한 것과 달리 A씨는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히려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A씨가 'B양이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한 이유인 B양의 처벌불원 의사에 대해서도 "그렇게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신 부장판사는 B양이 자신의 신고로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에 대해 부담감과 죄책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주장처럼 "허위의 사실을 꾸며내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신 부장판사는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A씨가 근거로 내세운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도 신 부장판사는 "(B양이) 피해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면 평범한 가족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평소 적대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진술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2심에서 다시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해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관해 진술해줄 것을 희망했다"며 B양을 배려하지 않는 A씨의 태도도 꼬집었다.
2심 형량은 1심과 동일한 8년이 선고됐다. 1심에서 인정했던 준강제추행 혐의는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지만, 형을 깎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결과는 같았다. 지난 2월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징역 8년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