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통보하면서 웃음 이모티콘 보냈다면 "모욕죄일까"
해고 통보하면서 웃음 이모티콘 보냈다면 "모욕죄일까"
한 아파트 경비원이 받은 해고 통보 문자, 웃음 이모티콘이 섞여 있었다
해고당한 경비원의 마음 고려하지 않은 표현⋯모욕으로 볼 수 있을까?

경비원 16명이 하루 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소식을 전한 문자 메시지에는 상황과 맞지 않는 웃음 이모티콘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16명이 동시에 '해고 문자'를 받았다. 재계약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이뤄진 일방적인 해고 통보였다. 경비 용역업체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들을 아파트 밖으로 밀어냈다.
경비원들이 분통 터지는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해고 문자 메시지에 섞인 '웃음 이모티콘'.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는 식이었다. 흡사 해고 통보가 즐거운 듯한 느낌을 줬다. 어떻게 보더라도 웃을 수 없는 경비원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었다.
이런 이모티콘이 한 번만 사용된 것도 아니었다. 장문의 문자 사이로 어지러이 놓인 이모티콘은 경비원들을 비웃는다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논란이 일자 업체 측은 "띄어쓰기를 위해 꺽쇠(^)를 사용한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다.
해고당한 경비원들의 마음을 울린 '웃음 이모티콘'. 긍적적인 의미를 가진 이모티콘이라도 맥락상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이라면 모욕이 아닐까.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우선 변호사들은 이모티콘도 모욕죄의 판단 대상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초석의 윤석모 변호사는 "모욕적인 말과 행동뿐 아니라 이모티콘 자체도 모욕죄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 된 '웃음 이모티콘'는 "모욕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모욕죄의 성립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률자문

①개인적으로 보낸 문자는 공연성 없어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① 공개적으로 다수 앞에서(공연성) ② 특정한 사람(특정성)을 향해 ③ 경멸적 표현을 해야 한다. 웃음 이모티콘의 경우 특정 경비원(②)을 향한 건 맞지만 공연성(①)이 없다. 업체가 경비원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보낸 문자이기 때문이다.
윤 변호사는 "많은 사람이나 불특정 대상이 문제가 된 표현을 들었다고 보기 어려워 공연성이 인정되기 힘들다"며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아파트 게시판에 붙인 상황이어야 공연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또한 "해고 당사자 개인에게 보낸 문자이기 때문에 공연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②슬픈 상황에 웃는 이모티콘⋯비웃는 것 같지만 경멸적 표현 아냐
설사 문자 메시지가 아닌 아파트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해 '공연성' 요건을 성립했다 하더라도, 처벌은 어렵다고 했다.
웃음 이모티콘이 '경멸적 표현'(③)인지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하진규 변호사는 "이모티콘(^^)은 통상적으로 웃음을 의미한다"며 "해고 통보 문자에 넣은 건 매우 부적절하고 비웃음으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이지만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무례한 표현은 맞지만, 경비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은 아니라는 취지다.
윤석모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엄격히 따지면 웃음 이모티콘은 경멸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 다만 그는 "모욕죄 인정은 판사의 시선에 따라 다르다"며 "문자를 보낸 맥락상 웃음 이모티콘으로 경비원의 지위를 무시하고 경멸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문자 한 통으로 해고가 이뤄졌다는 점 △해고라는 심각한 상황에 웃음 이모티콘을 사용한 점에 비춰보면 경비원을 조롱한 모욕이라고 볼 가능성도 있다.
한편 변호사들은 이처럼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고 했다. 욕설의 의미가 담긴 이모티콘이라면 충분히 '경멸적 표현'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공연성만 있다면 모욕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 변호사는 "성적인 이모티콘이나 손가락 욕처럼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욕이라면 모욕죄의 경멸적 표현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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