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400만원 한강뷰 아파트, 벌금 240만원 내고 눌러앉은 군인들
월세 400만원 한강뷰 아파트, 벌금 240만원 내고 눌러앉은 군인들
퇴거 명령 받고도 최장 644일 버티기
정작 집 필요한 후배 군인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서울 용산 군 관사에서 퇴거 명령을 어기고 불법 거주한 군 간부가 최근 5년간 165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셔터스톡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 안정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군 관사. 서울 용산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로열층' 아파트가 일부 군 간부들의 '관테크(관사+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전역이나 전출로 퇴거 명령을 받고도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저렴한 벌금만 내며 버티고 있었다.
벌금이 월세보다 싸다…노른자위 관사의 역설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의 한 군인 아파트. 한강변에 위치해 일부 세대에서는 탁 트인 조망이 가능하고, 교통과 학군까지 뛰어나 선호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퇴거 명령을 어긴 간부가 최근 5년간 165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한 간부는 무려 644일간이나 자리를 지켰다.
이들이 버티기에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벌금을 내는 편이 밖에 나가 월세를 구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32평형 관사에서 퇴거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이후부터 월 240만원의 지연 관리비(벌금)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인근의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 월세는 380만~430만원에 달한다. 버티는 것만으로 매달 140만~190만원을 아끼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지역에서만 관사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90명에 이른다. 누군가의 얌체 재테크 때문에 정작 집이 필요한 후배 군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불법, 하지만 처벌은 벌금이 전부?
이들의 행위는 단순한 얌체짓을 넘어선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군 관사는 국가 소유의 행정재산으로, 군인의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명확한 행정 목적을 갖는다. 퇴거 명령을 받은 군인이 관사에 계속 머무는 것은 행정재산을 목적 외로 사용하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국방부가 부과하는 퇴거 지연 관리비는 사실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행정제재금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벌금이 시세보다 낮아 강제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을 완전히 잃고, 오히려 불법 거주를 조장하는 당근이 되어버린 셈이다.
입주 대기자 피해, 보상받을 길 없나
그렇다면 제때 입주하지 못해 피해를 본 대기 군인들이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법의 문턱은 높다.
법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다. 특정 퇴거 지연자 한 명의 행동 때문에 특정 대기자 한 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는 것 역시, 퇴거 지연은 국가의 직무상 과실이 아닌 개인의 일탈 행위로 간주되기에 쉽지 않다.
결국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직접적인 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관테크' 막을 해법은?…벌금 대폭 인상 추진
해법은 제도의 허점을 막는 것뿐이다. 국방부는 뒤늦게 퇴거 지연 관리비를 주변 시세에 맞춰 대폭 인상하는 훈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용산 관사의 지연 관리비는 현행 월 240만원에서 최대 512만원까지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군인의 사기를 꺾고 군 기강을 해치는 '관테크' 논란이 이번에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