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빵 시비로 시작된 '동두천 헬멧 살인사건'…2심 징역 14년·치료감호
어깨빵 시비로 시작된 '동두천 헬멧 살인사건'…2심 징역 14년·치료감호
어깨 부딪친 일로 폭행 당한 뒤, 흉기 챙겨가 고교생 살해
1심 징역 16년→2심 징역 14년, 치료감호 명령

지난해 2월 어깨를 부딪힌 일로 시작된 '동두천 헬멧 살인사건'의 2심 결과가 나왔다. 2심에서는 가해자 A씨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되며 징역 14년이 선고됐다. 그러면서 치료감호도 결정됐다. /JTBC 뉴스·법무부 보도자료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2월, 경기 동두천시 모 건물에서 한 무리가 20대 남성 A씨를 폭행했다. 어깨를 부딪힌 일로 시작된 다툼이었다. 이후 목격자 신고로 싸움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 사건은 곧 살인으로 이어졌다.
앞서 폭행 피해자였던 A씨는 뒤이은 살인사건에선 반대로 가해자가 됐다. 그는 검은 헬멧을 쓴 채로 자신을 폭행한 고교생 B군을 찾아갔다. 그리곤 잔혹하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른바 '동두천 헬멧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최근 이어진 항소심(2심)에서도 A씨는 여전히 유죄였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감형된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이어 A씨를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소로 보내기로 했다.
당초 이 사건 A씨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일행에게 폭행당한 것이 분해서 범행했다", "부모님을 죽이겠다는 말에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해왔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가 숨진 피해자와 그 일행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정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극단적인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일,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박연욱 부장판사) 역시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1심과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다. 바로 A씨가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로 가게 된 것이다.
이는 A씨의 정신감정에 따른 결과였다. 형사 정신감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대상자를 장기간 관찰하며, 범행 당시 법적으로 책임능력이 있는 상태였는지 살피는 절차를 말한다. 흔히 말하는 '심신미약' 여부를 다투는 과정이다.
A씨는 사건 당시 "환청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 측 항소심 변호를 맡은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는 1심서 진행되지 않았던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그 결과,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결과에는 △과거에도 환청이 있었고, 감정 당시에도 환청 증상을 보였던 점 △현재 A씨 상태가 입원치료를 비롯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것이 "B군을 죽이지 않으면 엄마가 죽는다"는 내용의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이유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A씨는 적극적인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며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많은 범죄자들이 우울증 등을 호소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정신감정을 거치더라도 심신미약이 인정되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18년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도 그랬다. 이 사건 김성수는 서울 강서구 모 PC방에서 직원과 마찰을 빚은 뒤, 동생과 함께 흉기를 들고 다시 찾아가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 사건 김성수도 우울증 치료 전력 등을 토대로 정신감정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김성수를 감정한 전문의는 "장기간 우울증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만큼은 충분한 판단 능력이 있었다"는 판단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