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골절에 사지마비까지…수강생 다치게 한 운동 강사들, 처벌은?
척추 골절에 사지마비까지…수강생 다치게 한 운동 강사들, 처벌은?
수강생 다치게 한 운동 강사들⋯'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적용
최근 4년간 사건 8건 분석

트레이너 등이 주의를 다하지 않아 수강생들을 다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총 8건이 추려졌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건강 관리를 위해 헬스장을 찾은 회원. 운동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헬스장 트레이너 A씨에게 개인레슨(PT·Personal Training)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뒤 운동 중 사고가 발생했다. A씨가 헬스 기구의 안전장치가 채워져 있지 않은 것도 확인하지 않고 강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기구 일부가 회원 어깨 위로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회원은 튕겨 나갔다. 병원에서는 이 회원에게 뇌진탕 등의 진단을 내리며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강사의 '단순 실수'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법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운동 강습을 업(業)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적용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A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트레이너 A씨처럼 주의를 다하지 않아 수강생들을 다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A씨 사안에서보다 더 심각하게 다친 경우도 많았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총 8건이 추려졌다(확정판결 기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는 업무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주의를 게을리해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성립한다(제268조). 유죄로 인정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정에 넘어온 사건들의 면면은 이랬다. 우선,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의 상태는 가볍게 볼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코뼈나 골반, 척추가 골절되거나 뇌진탕 등의 진단을 받았다. 최소 2주에서 길게는 16주 진단을 받기도 했다. 심한 경우, 사지마비가 된 피해자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 피고인(10명) 가운데 9명이 벌금형을 선고 받는 데 그쳤다. 나머지 한 건은 선고유예였다. 선고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선고를 미룸으로써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가장 무거운 벌금형(500만원)이 선고된 경우는, 강원도의 한 체대입시학원 부원장 B씨 사건이었다. 지난 2020년, 소방공무원 체력검정시험을 준비하던 피해자는 시험 과목 중 하나인 '좌전굴'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는 일명 윗몸 앞으로 굽히기라고 불리는 것으로, 바닥에 다리를 펴고 앉아 몸을 앞으로 숙이는 동작이다. B씨는 피해자 등 위에 올라타 누르며 좌전굴을 할 수 있게끔 시도했다. 이어 다른 성인 수강생 2명과 함께 약 10초 더 피해자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못 참겠다"고 했지만, B씨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허리 부근의 척추가 골절돼 약 10주 진단을 받았다. 이에 대해 지난해 6월,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단독 김주경 부장판사는 B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보다 낮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사건은 지난해 2월 전남의 한 요가학원에서 벌어졌다. 요가 강사 C씨는 일명 '반 비둘기 자세'를 시도하던 피해자의 유연성을 고려하지 않고, 골반 부위를 양손으로 힘껏 눌렀다. 그러자 '퍽'하는 소리와 함께 피해자의 왼쪽 허벅지와 골반이 부러졌고, 전치 16주 진단이 나왔다.
지난 6월 광주지법 형사9단독 성재민 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고, 다친 정도가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물구나무서기처럼 머리를 바닥으로 둔 채 거꾸로 서는 일명 '머리서기 자세'를 하던 수강생의 몸에서 손을 놓아 중심을 잃고 넘어지게 한 다른 요가 강사의 경우는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원칙대로라면 수강생이 다시 바닥에 내려오는 것까지 확인해야 했고, 수강생이 혼자서 해당 동작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이 고려됐다.

수영강습 중 사고가 발생해 사지마비가 된 피해자는 강사 D씨와 수영장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진행했다.
지난 2016년, 경기도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 수업을 듣던 피해자는 수강 과정에 없던 출발 자세를 배우다가 사고를 당했다. '스탠딩 스타트'는 선 자세에서 양발을 11자로 둔 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상체도 약간 숙인 상태에서 손끝은 앞으로 뻗은 채 출발한다. 다이빙처럼 물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터라, 머리부터 수영장 바닥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어 주의를 해야한다.
당시 수영장 벽면엔 '다이빙 금지'라는 경고문이 있을 만큼 수심이 깊지 않았다. 더욱이 그날 수영장 수심은 평소(1.8m)와 달리 1.3m에 불과했다.
이날 피해자는 처음 배우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강사 D씨는 자세 교정도 구체적으로 해주지 않았다. △수심이 낮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입수 전 자세 및 각도 등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사고를 당했고, 이 일로 그는 사지가 마비됐다.
이에 1·2심 법원은 D씨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D씨는 대법원까지 이 사건을 끌고 갔지만, 기각됐다.

피해자가 D씨와 수영장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선 2심까지 진행된 끝에 "D씨와 수영장 측이 함께 피해자에게 약 4억 7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20년 2월, 서울고법 제12-1민사부(재판장 김환수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보고 ▲일실수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수입)▲이미 지출한 치료비 ▲향후 지출하게 될 치료비 ▲위자료 등을 더해 이 같은 판단을 했다.
김환수 부장판사는 강사 D씨가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과정을 바꿔 강의를 했다"며 "(그러면서) 스탠딩 스타트의 위험성과 피해자의 습득 수준, 체격 등을 고려해 지도·감독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D씨에게 '발끝을 보고 뛰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상체 입수각을 (바닥 쪽으로) 깊게 하여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지시 없이 피해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출발 자세로 뛰어들게 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렇게 된 배경에는 수영장 측 책임도 있다고 했다. 평소 수영장 측은 강사 업무에 대한 감독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고, 수강생 교육 등을 모두 강사에게 일임하는 등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강사 D씨와 수영장 측이 공동으로 4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2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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