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냄새 맡고 싶어" 여성 혼자 사는 집 들어간 남성, 왜 주거침입죄'만'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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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냄새 맡고 싶어" 여성 혼자 사는 집 들어간 남성, 왜 주거침입죄'만' 처벌?

2022. 07. 25 07:04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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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다른 사람의 물건 냄새를 맡는 행위 역시 성범죄 적용이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선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법적 판단은 그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피해자가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함에도, 성범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다. 바로 '체액 테러'다. 최근 여성 동료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사건으로 해임됐지만, 이에 불복해 서울시장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공무원 A씨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이 A씨의 범행을 성희롱이라고 판단하면서 해임 처분은 유지됐다. 그러나 그는 성범죄 처벌을 피했다. 현행법상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다면 처벌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A씨도 재물손괴죄로만 처벌을 받았다. 지난 2019년 여대생의 신발에, 지난 2018년 대학원 연구소 여성 동료의 커피 등에 체액을 넣은 각 사건의 가해 남성들 또한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 등으로만 처벌받았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함부로 다른 사람의 물건 냄새를 맡는 행위 역시 성범죄 적용이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선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법적 판단은 그래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성범죄 적용 가능⋯대부분 주거침입 적용돼 처벌

로톡뉴스는 최근 4년간 대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판결문 중 몰래 여성의 물건 냄새를 맡았다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추렸다. 총 7명이었다.


이들은 피해자 소유의 속옷이나 슬리퍼 등의 냄새를 맡거나, 맡으려다 실패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 했듯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기 때문에 주거침입, 야간주거침입절도 등이 적용돼 처벌됐다. 대다수가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여성의 물건 냄새를 맡았다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 피해자 입장에선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성범죄 적용은 어려웠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성의 물건 냄새를 맡았다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 피해자 입장에선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성범죄 적용은 어려웠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성의 신발 냄새를 맡고 싶어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한 B씨. 지난 2020년 8월, 그는 학교 슬리퍼 보관함에서 여고생 슬리퍼를 훔쳐 나왔다. 이듬해 3월과 4월에도 B씨는 같은 목적으로 슬리퍼 1켤레씩 훔쳤다. B씨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였다.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한 경우도 성범죄로는 처벌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C씨는 두 차례에 걸쳐 문이 잠겨져 있지 않은 여성 전용 고시텔에 들어갔다. 이후 신발장에서 여성들의 신발 냄새를 맡고 총 5켤레의 신발을 훔쳤다. 경찰 수사 끝에 붙잡힌 C씨. 하지만, 성범죄 혐의가 아닌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가 적용돼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가 확인된 신발은 돌려줬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무려 37회에 걸쳐 직장 동료의 집에 침입을 시도하거나 침입해 속옷 등의 냄새를 맡은 피고인 D씨의 경우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변태적인 행동을 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하지만, 혐의는 주거침입과 주거침입 미수만 적용됐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됐다.


다만, D씨는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40시간의 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이는 재범 예방을 위해 500시간의 범위 내로 보호관찰소 등에서 치료와 교육을 받도록 명령하는 제도로, 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이뤄진다(성폭력처벌법 제16조 제2항). 그렇다면, D씨는 성범죄로 처벌을 받은 게 아닌데 어떻게 이 명령이 나올 수 있던 걸까. 이에 대해 법무부 형사법제과 담당자는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형법 제62조2에 따라 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4년간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여성 물건의 냄새를 맡는 등의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총 7명이었다. 이 중 실형이 나온 경우는 1명이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4년간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여성 물건의 냄새를 맡는 등의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총 7명이었다. 이 중 실형이 나온 경우는 1명이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유일하게 실형이 선고된 E씨. 그는 가구 배송을 하면서 알게된 피해자의 집에 침입했다. 피해자의 속옷 냄새를 맡으며 성적 흥분을 느낄 목적이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재판부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E씨에게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주거침입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칫 중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또한, 과거 E씨가 여성의 속옷을 훔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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