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구하려 피 흘린 남고생에게 "도망갔다" 악플…명예훼손에 위자료까지 각오해야
광주 여고생 구하려 피 흘린 남고생에게 "도망갔다" 악플…명예훼손에 위자료까지 각오해야
흉기 난동범 막다 중상 입은 고교생
'도망자' 등 허위사실 악플에 PTSD 호소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14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선 모습. /연합뉴스
끔찍한 살인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소녀를 구하려 했던 17세 소년에게 돌아온 것은 잔인한 손가락질이었다. 지난 5일 새벽, 광주 광산구 도심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여고생 B양(17)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고교생 A군(17)의 사연이 알려졌다.
A군은 비명을 듣고 달려가 119 신고를 시도했고, 흉기를 들고 다시 달려드는 20대 남성 장씨를 막아서다 손등과 목을 크게 다쳤다. 피를 흘리면서도 범인을 밀쳐내고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B양은 끝내 숨졌다.
영웅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는 "남학생이 도망갔다"는 식의 조롱 섞인 악플이 쏟아졌다.
현재 A군은 낯선 사람이 다가오기만 해도 몸이 굳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라며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A군의 아버지는 "영웅처럼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악플러들 모두 참교육 가능할까… 명예훼손 처벌의 3가지 허들
경찰은 생존 피해자인 A군을 '도망자'로 모욕한 누리꾼 1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하고, 유사 게시물 16건을 적발해 삭제·차단을 요청했다.
이 악플러들을 모두 명예훼손으로 '참교육'하는 것은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군이 실제로 흉기를 막다 크게 다친 사실이 수사기관과 언론을 통해 확인된 이상, "도망갔다"는 댓글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비방 목적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 기사와 결합해 A군이 특정될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특정성 요건 역시 충족한다.
다만 현실적인 장벽은 존재한다. 첫째, 익명으로 작성된 다수의 악플러를 모두 추적해 특정하는 데에는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둘째, 이 범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즉, A군 측이 처벌 불원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상, 피해자의 고소장이 없더라도 경찰의 선제적 수사나 제3자 고발을 통해 처벌할 수 있다.
유사 사례에서 법원은 통상 100만 원에서 500만 원 수준의 벌금형을 선고해 왔으나, 구조 행위자에 대한 악의적 2차 가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단순 목격자 아닌 '직접 피해자'… 가해자·악플러에 위자료 청구 가능
그렇다면 B양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악플에 시달리며 PTSD를 겪고 있는 A군은 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A군은 단순한 현장 목격자가 아니라 장씨의 흉기 공격을 직접 막아내다 부상을 입은 '직접 피해자'다. 따라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 가해자인 장씨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보상 범위는 매우 넓다. 신체 부상에 대한 치료비는 물론, PTSD 진단 이후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까지 모두 적극적 손해로 청구할 수 있다.
만약 PTSD로 인해 향후 노동능력 상실이 인정된다면 이에 따른 일실수입 청구도 가능하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위자료다. 법원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범행의 중대성, 피해자의 나이(17세), 부상 정도, PTSD 증세의 심각성, 구조 실패로 인한 죄책감, 악플로 인한 추가적 피해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성폭력 등 중범죄 피해로 인한 PTSD 사건에서 법원이 4000만 원에서 최대 1억 4000만 원에 이르는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이 사건 역시 흉기 피습 현장에서 직접 구조 행위를 하다가 중상을 입고 심각한 트라우마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위자료가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A군은 자신을 조롱하며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킨 악플러들을 상대로도 민법 제750조에 기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해 별도의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다. 범죄자와 악플러들의 법적, 금전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