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불륜, 시댁에 폭로했다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배우자 불륜, 시댁에 폭로했다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순간의 복수심이 부른 전과 기록
'전파 가능성' 모르면 당신도 예외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러 가정을 파괴 당한 '피해자'가 그 사실을 폭로했다가 하루아침에 명예훼손 '가해자'로 전락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혼을 결심한 A씨는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손에 쥐고 분노에 잠 못 이뤘다. 시부모, 형제, 심지어 상간자의 가족에게까지 이 사실을 알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순간의 복수심이 자신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배우자의 외도, 어디까지 알려야 합법이고 어디부터 범죄일까. 명예훼손의 칼날을 피하는 경계선을 이재성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우)와 함께 짚어봤다.
“시부모는 되고, 사돈은 안되나?”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폭로의 대상이었다. 배우자의 부모와 형제, 상간자의 가족에게까지 알려 망신을 주고 싶다는 분노와 형사 처벌의 가능성이 충돌했다.
이 문제의 핵심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다. 즉, 들은 사람이 외부에 말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재성 변호사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몇 촌까지는 안전하다'는 식의 공식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족이라도 평소 사이가 나빠 외부에 소문을 낼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반대로 관계가 먼 친척이라도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는 강한 신뢰가 있다면 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촌수라는 형식적 관계보다 '해당 사실이 외부로 퍼져나갈 가능성'이라는 실질적 위험을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다.
“불륜사진 카톡 전송, 최악의 수” 성범죄자 낙인까지 찍힐 수도
A씨는 불륜 증거인 사진과 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방법까지 생각했다. 이는 감정적 위안을 줄지 몰라도, 피해자를 순식간에 가해자로 전락시키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는 일반 형법보다 처벌이 무거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만약 해당 사진이나 영상이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다. 한순간의 복수심이 돌이킬 수 없는 성범죄 전과 기록을 남기는 셈이다.
“법원 판결문이면 안전? 천만의 말씀”
그렇다면 법원이 인정한 '판결문'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국가가 인정한 문서이기에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 역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판결문에는 당사자의 이름,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가득하다. 이를 무단으로 제3자에게 보내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
이재성 변호사는 "판결문은 법적 절차 내에서만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며 "사적 복수를 위해 사용하는 순간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낳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판결문을 이용해 불륜 사실을 알리는 것 역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진정한 복수는 법정 안에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는 명확하다. 정의를 실현하려던 행동이 '사적 복수'로 변질되는 순간, 법의 칼날은 거꾸로 자신을 향할 수 있다. 진정으로 억울함을 풀고 상처를 회복하는 길은 '폭로'가 아닌 '법적 권리 행사'에 있다.
순간의 분노로 평생의 후회를 남기기보다, 법원의 문을 두드려 위자료를 청구하고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방법이다.
배신감의 상처는 법정 밖이 아닌, 법정 안에서 가장 정당하게 치유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