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걸린 이혼, 무성의한 것 같은 판사…"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이 걸린 이혼, 무성의한 것 같은 판사…"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법관 기피 신청, 이유도 안되고 인용도 안된다
5년 간 민⋅형사소송 4500여건 중 인용은 7건 불과

자신은 인생이 달린 일인데 무성의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법관. 이혼이 불리하게 진행되기 전에 바꿔달라고 요청해도 될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가늘게 이어져 있던 남편과의 인연을 이제 끊어내기로 한 A씨. 이혼을 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는 했지만, 재산 분할 등에서 각자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이혼조정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이혼 조정이 A씨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얼마 전 A씨는 "남편이 재산을 숨기고 있으니 재산명시명령을 내려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편에게 재산목록을 내라고 '권고' 했을 뿐이다.
남편은 평생 자신을 속여왔다. 이 때문에 이혼까지 결심했고, 재산 분할에 있어서도 솔직할 리 없다. 담당 판사는 이런 사정을 당연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A씨는 야속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제출한 서류를 제대로 읽어본 것 같지도 않다.
자신은 인생이 달린 일인데 무성의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법관. 이혼이 불리하게 진행되기 전에 바꿔 달라고 요청해도 될까.
우리 법은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재판장이 자신에게 재판을 불리하게 진행할 것 같다면 이를 피할 수 있도록 한다.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염려가 있는 때',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재판부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막연한 의심만으로 신청할 수 없다. 담당 판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법원에서 받아들이는 경우는 아주 극히 일부다. 실제로 대법원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민·형사소송 모두 통틀어 총 4583건의 기피신청이 접수됐는데 이 중 7건만 인용됐다.
이를 바탕으로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A씨 상황은 기피 신청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하더라도 인용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오히려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 기피 신청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소위 '법원에 찍힐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피하고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A씨도 그럴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A씨에게 "상대방의 재산목록 제출 여부를 기다려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일단 제출한 것을 보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지적하며 재산명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에스알의 고순례 변호사는 "만약, 남편이 재산 목록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의견서를 내면 그때 다시 재산명시 신청을 하라"고 조언했다. 만약, 끝까지 내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이에 대해 판사가 참작할 거라고 고 변호사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