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장제원 아들, 왜 영장 신청도 없었나⋯조국 부인은 철저 수사중인데
'증거인멸' 장제원 아들, 왜 영장 신청도 없었나⋯조국 부인은 철저 수사중인데
자기 휴대전화 파손, 증거인멸 처벌 어려워
'제3자' 개입시 교사죄로는 처벌 가능
단, 처벌과 무관하게 강력한 영장 발부 사유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래퍼 장용준씨. /연합뉴스TV 제공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19)씨의 음주운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법 적용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장씨가 경찰 수사를 받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증거인멸 의혹이 나왔지만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통상 이 같은 증거인멸 정황은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주는 중요 요소다. 하지만 경찰은 영장 신청조차 없었다. 최근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려고 했던 조국 부인 정경심 교수가 '증거인멸' 관련 혐의로 철저한 검찰 수사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씨는 지난 7일 새벽 2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지하철 광흥창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와 충돌사고를 냈다. 당씨 장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장씨는 사고 당시에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귀가조치 됐고,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A씨가 "내가 운전을 했다"고 밝혀 대신 체포됐었다. 이후 장씨는 사고 몇 시간 뒤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래퍼로 활동하던 시절 장용준씨. /인디고 뮤직
혐의는 시인했지만 이후 경찰 조사에 순순히 응한 것은 아니었다. 장씨는 경찰 조사 직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고의로 파손한 뒤 제출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이 복구에 성공했지만 증거인멸 시도는 있었던 셈이다.
관련 내용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경찰은 확인 자체를 꺼렸다. 취재 결과 관련 사건은 아예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앞서 장제원 의원이 "아들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가 도를 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한 뒤에 벌어진 일이라 단순히 의아함을 넘어서서 '경찰이 사건을 덮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증거인멸의 정황이 있다면 경찰이 마땅히 수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는 '경찰이 장씨의 형사 처벌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스스로 파괴하는 건 애초부터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증거를 없애는 걸 처벌하지 않는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경찰이 장씨 사건에 대해 "(휴대전화 파손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유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안전사회 시민연대 회원들이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의 음주운전과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증거인멸'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요소 중에 하나다. 만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법원에 청구됐다면, 영장 발부에 힘이 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신청되지 않았고, 자연히 발부 여부도 검토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장씨는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와 관련해서 '대가성은 없었다'는 경찰 판단을 받았다. 경찰은 "장씨와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A씨 사이에 금융거래 기록이나 통신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대가가 오간 게 없었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범죄 증거를 없애는 걸 처벌하지 못한다면, 왜 이런 '특례조항'이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적용되지 않는 걸까. 정 교수는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와 함께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교사(敎唆·남을 꾀거나 부추겨서 나쁜 짓을 하게 함)'에 있다.
자신의 증거를 스스로 직접 인멸하는 건 '특례조항'에 해당하지만, 남을 시켜 인멸하는 건 '특례조항' 밖의 일이다. 즉 타인을 시켜 자신의 범죄 증거를 인멸하게 하면 처벌받는다. 이른바 증거인멸죄의 교사다.
우리 형법은 증거인멸의 교사를 증거인멸과 동일하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