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혁신도시 상가 37% '유령화'…상인의 눈물, 법은 외면했나
나주 혁신도시 상가 37% '유령화'…상인의 눈물, 법은 외면했나
공실률 37%의 진실
대법원 판결과 잠자는 특별법에서 찾는 생존의 길

나주 빛가람동 일대 광주-전남혁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전남 나주 광주전남혁신도시의 상가 10곳 중 거의 4곳이 불 꺼진 유령 상가다. 2025년 2분기 기준 공실률 37.03%. 공공기관 이전 10년이 넘었지만, ‘계획인구 5만 자족도시’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상인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 씨는 “평일 점심 장사 하나만 보고 버티는 것”이라며 “저녁과 주말엔 도시 전체가 숨을 안 쉬는 것처럼 사람이 없다. 대출 이자도 못 갚을 지경인데, 이 막막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법원, 왜 상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가 활성화를 책임지겠다던 약속을 지키라”며 임대인을 상대로 한 소송도 잇따랐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대법원은 과거 유사 사건(2008다94769)에서 임대인의 책임을 ‘무한정’으로 확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왜 그랬을까? 판결의 핵심은 ‘계약의 합리적 범위’에 있다. 법원은 임대인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입점주들과 협력해야 할 의무(신의성실의 원칙)가 있다고는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상권의 ‘성공’을 보장하는 의무는 아니라고 봤다.
상권의 흥망은 한두 명의 임대인이 통제할 수 없는 거시 경제 변수, 소비 트렌드의 변화, 정부 정책 등 외부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만약 임대인에게 상권 전체의 성공을 책임지게 한다면, 이는 마치 배의 선장에게 예측 불가능한 태풍의 책임까지 묻는 것과 같다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결국 특정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경제 구조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구체적 해법은 있다
해법은 현장에 이미 마련된 법과 제도를 ‘작동’시키는 데 있다.
첫째,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 법은 기업과 대학 유치를 지원할 ‘혁신도시 발전지원센터’ 설치를 규정한다. 지자체는 이 센터를 단순한 형식적 기구가 아닌, 청년들이 원하는 IT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는 ‘야전사령부’로 삼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둘째,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에 따라 상인과 건물주가 함께 ‘자율상권조합’을 설립하고, 정부 지원을 받아 ‘상권 전문관리자’를 고용할 수 있다. 전문 관리자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고, 주말 방문객을 유치할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체계적인 상권 관리가 가능하다.
결국 해답은 ‘사람’
궁극적인 해법은 다시 ‘사람’으로 귀결된다. 나주 혁신도시가 평일 낮에만 머무는 업무 지구가 아닌,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은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인근 도시와 협력해 교육·쇼핑·여가 인프라를 공유하고, 지자체가 직접 나서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