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용구 차관 정말 봐준 걸까⋯'정차 중 택시기사 폭행' 판결문 18건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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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용구 차관 정말 봐준 걸까⋯'정차 중 택시기사 폭행' 판결문 18건 확인해봤다

2020. 12. 24 16:46 작성2020. 12. 25 11:46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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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폭행 사건' 판결문 91건 확인⋯그중 하차를 위해 정차했을 때를 다시 추려

총 18건의 판결문 중 '특가법' 적용은 16건, '폭행죄' 적용은 2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는데요. 미리 그 판결문들을 확인해봤습니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경찰이 이를 '단순 폭행죄'로 처리하자, "봐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종전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사건 처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검토하겠다는 판결문을 로톡뉴스가 먼저 확인해봤다.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나온 1심 형사 판결문을 기준으로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검토했다. 모두 91건이었다.


그중에서 하차를 위해 정차했을 때 폭행이 벌어진 사건은 모두 18건이 있었다. 이중 특가법이 적용된 사건이 16건, 폭행죄가 적용된 사건이 2건이었다.


목적지 도착해 정차한 택시에서 폭행⋯16건 중 7건이 특가법 적용

당초 경찰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시점을 "목적지에 도착한 때"라고 특정했다.


폭행은 택시가 움직이고 있을 때 벌어진 게 아니라,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한 뒤 완전히 차량이 멈춰선 다음에 벌어졌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는 이를 근거로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한 1심 형사 판결문에서는 경찰이 적용한 법리와 정반대인 판결문이 다수 있었다.


이용구 차관과 똑같이 목적지에 도착해 폭행을 휘두른 경우에 특가법을 적용한 것은 16건 중 7건이었다. 나머지 9건은 도로 갓길에서 정차하던 중 폭력이 발생했거나 목적지가 아닌 곳에서 정차했을 때 폭력이 발생한 경우에 적용됐다.


이중 서울서부지법이 지난 8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특가법 사건이 가장 유사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시작된 택시 요금 시비가 폭행으로 이어진 사건이었는데, 재판부가 "정차 중에 발생한 범행"이란 점을 명확히 한 뒤에 특가법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해 정차 중에 벌어진 사안에 대해서도 특가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인정한 판결이었다.


비슷한 판단은 지난해 9월에도 있었다. 택시를 이용해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요금을 내는 과정에서 택시기사에게 여러 차례 주먹을 휘두른 피고인. 대구지법은 그에게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 외에도 서울중앙⋅동부⋅북부지법과 대구지법 포항지원, 수원지법 안양지원 등에서 같은 판결을 내렸다.


경미한 폭행이라 특가법 적용 안 했다? 그보다 더 약해도 특가법 적용했다

경찰이 이용구 차관 사건 내사 종결이 논란이 되자 내놓은 해명 중에는 '폭행의 정도가 중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멱살을 잡은 정도로만 폭행이 이뤄졌으니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1심에서 특가법이 적용돼 유죄가 선고된 실제 사건들에서도 통할 수 있는 주장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볼을 꼬집거나 얼굴을 밀치는 정도도 줄줄이 특가법을 적용받아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잠시 정차하기 위해 도로 한 쪽에 세워둔 택시 안에서 기사의 볼을 한 차례 꼬집고, 때릴 것처럼 손을 들어 보인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유형력은 약했지만 특가법이 적용될 수 있는 폭행으로 인정됐다.


서울동부지법에서 지난 10월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하차를 위해 정차한 택시 안에서 손가락으로 기사의 얼굴을 밀쳤다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건 직후 합의했다? 그래도 특가법 적용해 '실형' 선고하기도

경찰이 이용구 차관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결정적 이유는 이 차관이 피해자(택시기사)와 합의를 봤다는 점에 있었다.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 적용과 합의를 했다는 요소가 결합되면서 내사 종결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의정부지법에서는 이 차관처럼 '사건 직후 합의를 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 피고인은 ①초등학교 앞 도로에 정차한 차 안에서 ②택시 기사에게 주먹을 한 차례 휘둘렀다. ③사건 직후 피해자와 합의를 이뤘고, ④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에게 특가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법원도 유죄를 인정했다. 단, 동종전과가 있던 점도 고려됐다.


특가법 아닌 '폭행' 적용 사건도 있어⋯18건 중 2건

이 차관 입장에서 유리한 판결도 18건 중 2건(11.1%)이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벌어진 폭행 사건이지만 특가법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다. 부산지법에서 지난해 5월과 지난 7월 선고한 판결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 7월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 안에서 잠든 피고인을 택시 기사가 깨우면서 폭행이 일어난 사건에 폭행죄를 적용했다. 다만 피고인과 피해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벌금 150만원이 선고됐다.


위 판결대로 법원이 판단할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이룬 이 차관은 형사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유독 부산에서만 이같은 법 적용이 관찰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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