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날려 본 '장외 홈런'에 기분 좋은 것도 잠시⋯홈런 때문에 소송당할 위기
태어나서 처음 날려 본 '장외 홈런'에 기분 좋은 것도 잠시⋯홈런 때문에 소송당할 위기
홈런 공에 차량 앞유리 파손⋯야구장은 대관규정상 "책임 없다"며 회피
주차장도 아닌 곳에 세워 둔 차량⋯홈런 친 A씨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걸까?

야구 경기 중 장외 홈런을 날린 A씨. 기쁜 마음도 잠시 "홈런 공에 차량이 파손됐다"며 수리비를 물어내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깡!"
취미 삼아 사회인 야구 동호회에 꾸준히 나가는 A씨. 수년간 꾸준히 해왔지만, 그런 홈런은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홈런을, 그것도 장외홈런으로 날렸다. 동호회 사람들은 벌떡 일어나 환호를 질렀다. A씨도 포효를 하며 구장을 돌았다. 홈플레이트를 가벼운 마음으로 밟은 그. 쉽게 볼 수 없는 장외홈런에 상대 팀원들도 박수를 보냈다.
기쁨도 잠시. 경기 후 누군가 급히 달려와 A씨를 찾았다.
"오늘 홈런 친 분이세요??"
기쁜 마음에 "맞다"고 웃으며 대답하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 공에 제 차 앞 유리가 깨졌네요, 수리비 주세요"
파손된 차는 주차장 라인도 그려져 있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었지만 파손된 차량의 주인은 A씨가 홈런을 쳐서 생긴 일이니 A씨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구장 측에도 해당 사실을 알렸지만 '야구장 내 사고와 관련해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한 대관 규정을 보여주며 뒤로 빠졌다.
'장외홈런'의 대가로 날아온 손해배상, 정말 A씨가 파손된 차의 수리비를 책임져야 할까.
이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모두 야구장 측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는 "야구장 측은 홈런성 타구가 구장 밖을 넘어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야구장 측에도 차량 파손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야구장 대관 규정에 대해서도 "무효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신민호 변호사는 "(해당 야구장 대관 규정은) 일방적으로 빌리는 사람에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7년 사건에서 "(재)세종문화회관의 대관 규정 가운데 '대관 계약을 해지할 경우 계약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물리는 조항'에 대해 약관법을 근거로 무효"(2007약관1761)라고 결정하고 시정 권고한 바 있다.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정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약관법 제6조 2항 1호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야구장 이용자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대관 규정도 무효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홈런을 친 A씨의 과실은 없어지는 것일까?
신민호 변호사는 "A씨는 야구장에서 정상적인 타격으로 홈런을 쳤을 뿐"이라며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임표 변호사는 "대관 계약에 따라 모든 책임을 야구장 측에 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A씨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무법인 명재 김연수 변호사도 "차량의 앞 유리 파손과 홈런타구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 "(A씨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파손 피해를 입은 차량 주인도 과실이 있다고 봤다.
이임표 변호사는 "피해 차주도 차량을 주차한 잘못이 있으므로 책임은 있다"고 말했다.
김연수 변호사도 "야구장에 주차하는 경우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견이 가능하므로 피해자의 과실도 어느 정도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